암세포는 지질을 사용해 면역세포 공격을 피하는 능력이 있다는 게 알려져 있다. 쥐를 사용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단식한 쥐 체내에서는 면역계 세포가 지질에 강해지도록 훈련받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단식은 인간 대사를 개선하고 지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암세포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 공급을 차단해 암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더구나 6월 14일자 의학 저널(Immunity)에 게재된 이번 연구에서는 단식으로 인해 면역세포 능력이 최적화되어 체내 면역 기능이 종양을 제거하는 메커니즘이 강화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 연구팀은 암 종양은 굶주려 있어 영양소를 흡수해 면역세포에 유해한 지질로 가득한 환경을 만들어냅다며 이번에 단식이 자연살해(NK)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해 그런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한다는 걸 밝혀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언급한 NK 세포는 암세포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능력을 가진 백혈구 일종으로 보통 종양 내에 존재하는 NK 세포 수가 많을수록 암 환자 예후가 좋은 경향이 있다.
이번에 연구팀은 암에 걸린 쥐를 주 2회 24시간 동안 절식시키는 한편 단식하지 않을 때는 원하는 만큼 식사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쥐 체중은 유지되었지만 NK 세포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단식한 쥐 체내에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포도당 농도가 낮아지고 에너지 부족 시 지방세포가 방출하는 대체 에너지원인 유리지방산이 증가했지만 절식으로 인해 NK 세포는 이 유리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연구팀은 단식 주기를 반복할 때마다 NK 세포는 포도당 대신 지방산을 연료원으로 사용하는 걸 배웠다며 종양에는 고농도 지질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 훈련 덕분에 종양에 침투한 NK 세포가 더 오래 생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단식이 체내 면역 시스템을 최적화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쥐가 단식하면 NK 세포 대부분이 골수로 이동해 그곳에서 골수 세포가 만드는 인터루킨-12라는 신호전달 단백질에 노출됐는데 이로 인해 NK 세포는 항암 반응에 중요한 사이토카인 일종인 인터페론 감마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한편 NK 세포는 비장에도 이동해 그곳에서 지질을 연료원으로 사용하도록 훈련을 받았다. NK 세포가 골수와 비장으로 나뉘어 각각 장소에서 별도 훈련을 받는지 아니면 시간을 들여 양쪽에서 훈련을 받는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연구팀은 쥐와 마찬가지로 인간에서도 절식이 골수나 비장으로 가지 않고 체내를 떠도는 유리 NK 세포를 줄인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 절식과 표준적인 암 치료를 병용했을 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이 시작됐으며 향후 이 메커니즘을 재현하는 약물 개발도 진행될 수 있다. 또 환자 자신이 단식하지 않아도 환자 NK 세포를 체외에서 단식 상태로 만들어 재투여하는 방법도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암과 단식에 관한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이므로 전문가는 환자가 갑자기 절식을 시작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단식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유익한 것도 있지만 유해한 것도 있다며 따라서 환자는 자신에게 무엇이 안전하고 건강한지에 대해 의사와 잘 상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