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원 기자
여행 등으로 비행기를 탈 때 흥에 겨워 맥주나 알코올이 들어간 칵테일을 주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비행기를 탄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심장에 추가 부담이 가해져 위험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고지대나 항공기 내부와 같이 기압이 낮은 곳에서는 공기 중 산소 압력도 낮아져 인간 혈중 산소 포화도(SpO₂)가 감소한다. 이는 저기압성 저산소증으로 알려져 있으며 독일 항공우주센터 항공우주의학 연구소 연구팀은 알코올 섭취와 수면이 저기압성 저산소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실험에서는 피험자 40명이 지상과 같은 기압 그러니까 해발 53m 상당 방에서 자는 그룹과 순항 중인 항공기 내부와 같은 해발 2438m 상당 기압 방에서 자는 그룹으로 나눠 전날 밤에 알코올을 섭취한 경우와 섭취하지 않은 경우로 2번 잠을 잤다. 피험자가 마신 알코올은 맥주 2캔 또는 와인 2잔 분량이었고 주어진 수면 시간은 4시간이었다. 4시간이라는 수면 시간은 꽤 짧아 보이지만 이는 비행 중 잠들기 어려움이나 수면 방해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실험 결과 일반 기압에서는 알코올을 섭취한 사람 평균 혈중 산소 포화도가 94.97%, 평균 심박수가 분당 76.97회였다.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은 사람 평균 혈중 산소 포화도는 95.88%, 평균 심박수는 분당 63.74회였다.
한편 순항 중인 항공기 내부와 같은 기압에서는 알코올을 섭취한 사람 평균 혈중 산소 포화도가 85.32%, 평균 심박수가 분당 87.83회였다.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은 사람 평균 혈중 산소 포화도는 88.07%였고 평균 심박수는 분당 72.9회였다.
이런 결과를 종합하면 항공기 내부 기압에서는 지상 기압보다 혈중 산소 포화도가 낮고 심박수가 높아지며 알코올을 섭취하면 그 영향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혈중 산소 포화도는 90% 이상이므로 항공기 내에서 알코올을 섭취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낮은 혈중 산소 포화도와 높은 심박수는 심혈관계에 추가적인 부담을 준다. 따라서 자주 장거리 비행을 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항공기 내에서 음주하는 게 심장병 위험을 불필요하게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피험자 수가 적고 모두 젊고 건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고령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이들에게는 더 큰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기내에서의 알코올 섭취가 과소평가되고 있는 건강 위험 요인이며 이는 쉽게 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정용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