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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브 “스팀 게임, 사후 양도 안 된다”

스팀(Steam)에서 다량 게임을 구매하는 헤비 유저 중에는 자신이 죽으면 이 라이브러리에 남아있는 게임은 어떻게 되는 걸까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스팀 운영사인 밸브(Valve) 지원팀에 스팀 계정을 유언을 통해 가족에게 남길 수 있는지 문의했더니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게임 커뮤니티 논의가 화제다.

게이머 포럼(ResetEra) 한 회원(delesete12345)은 스팀 측에 곧 죽을 예정은 없지만 만일 죽는다면 유언으로 자신의 스팀 계정 소유권을 양도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스팀 측은 유감스럽게도 스팀 계정과 게임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해당 계정에 대한 액세스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콘텐츠를 다른 계정과 통합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보도에 따르면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이 스팀 답변에 불만을 표시하며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사랑하는 이들이 자신의 게임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한편에선 ID와 비밀번호를 남겨두면 이용약관 제한을 쉽게 회피할 수 있으므로 문제없다는 침착한 반응도 있었다.

스팀 이용약관에는 계정 양도가 불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고 공식 사이트 지원 정보에도 스팀 계정 소유권은 양도할 수 없다고 안내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스팀이 계정 소유자가 변경됐는지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평균 수명을 크게 초과한 고령 계정이 있다면 스팀이 이용 실태를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이용약관에 위배되지 않는 방식으로 계정을 승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사용자도 있다. 이용약관에 밸브가 따로 명확히 허가한 경우라는 단서가 있듯 밸브로부터 특별한 허가를 받으면 계정을 다른 이에게 양도할 수 있다며 2015년 스팀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스팀은 유증으로 인해 소유권이 이전된 계정은 차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한다. 다만 이는 9년 전 스팀 사용자가 올린 글로 밸브가 직접 그렇게 밝힌 건 아니다.

더불어 미국 법률에 따르면 아이팟이나 킨들 전자책 리더 등 물리적 기기에 콘텐츠의 합법적 복사본이 있는 경우 디지털 콘텐츠는 사망한 사용자 유족에게 양도 가능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따라 누군가는 닌텐도 3DS와 위 U에서 구매 가능한 모든 게임을 다운로드해 비디오게임역사재단에 기부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증이 가능한 건 물리적 기기에 한정되므로 유족이 기기 내 콘텐츠를 다른 기기에 복사하거나 재설치하는 건 불가능하다. 비디오게임역사재단 전직 관계자는 2023년 한 인터뷰에서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난 게임을 보존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은 없다며 물리적 게임기에만 한정되는 식이라면 20년 전에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이제 게임이 물리적 매체로 판매되는 세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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