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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HIPS법 자금, 인텔 기밀 프로젝트에 전용되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 2022년 8월 향후 5년 동안 미국 내 반도체 제조능력 강화에 527억 달러를 충당한다는 조항을 포함한 반도체 생산 촉진 및 과학법(Creating Helpful Incentives to Produce Semiconductors and Science Act, 일명 CHIPS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이 CHIPS법에서 35억 달러나 되는 자금이 인텔이 추진 중인 기밀 국가안보 프로젝트 시큐어 엔클레이브(Secure Enclave)에 투입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CHIPS법은 지정학적 위험과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에 대비해 미국 내 반도체 제조기업에 재정지원을 하기 위한 것.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반도체 제조능력 향상을 위해 인텔에 30조 원 규모 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2024년 3월 미국 의회에 제출된 지출법안에서 CHIPS법에 따른 자금 지원에 사용될 527억 달러 중 35억 달러가 시큐어 엔클레이브라는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CHIPS법에 관여하는 의원에 따르면 시큐어 엔클레이브는 국방과 정보활동을 위한 특수 시설에서 칩을 제조하는 기밀 프로젝트라고 한다. 시큐어 엔클레이브 설립을 위해 인텔이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벌였다고 전해진다. 보도에 따르면 시큐어 엔클레이브는 국방부의 신뢰할 만한 하이엔드 마이크로칩 조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 프로젝트에선 기밀 프로젝트를 포함한 국방 및 정보활동용 특수 시설에서 마이크로칩을 제조하고 패키징하고 있다.

CHIPS법 가결 이전부터 인텔과 미국 정보기관은 국방부 직원에게 시큐어 엔클레이브 설립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하원 정보위원회 한 하원의원은 국방 및 정보 전문가로부터 첨단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 대한 접근성이 중요하다는 설명을 들었고 오랫동안 시큐어 엔클레이브에 자금을 지원하는 노력을 지지해왔다고 말했다. 또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장은 시큐어 엔클레이브는 국가 안보에 중요하므로 충분한 자금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CHIPS법에서 시큐어 엔클레이브로 자금 전용에 대해 일부 의원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하원의원은 시큐어 엔클레이브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의회가 지출법안을 발표하기 수일 전까지 이 프로젝트 자금원을 몰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시큐어 엔클레이브로의 자금 전용에 대해 CHIPS법에 시큐어 엔클레이브를 포함시키지 말았어야 한다며 국방에 필요한 하이엔드 마이크로칩 개발은 국방부가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이런 이의제기는 통용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의회가 2025년 예산안에서 시큐어 엔클레이브에 대한 자금 전용을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비평가는 CHIPS법에 따른 시큐어 엔클레이브로의 자금 전용은 국내 산업을 뒷받침하려는 경쟁력 있는 공적 선발 과정에서 한 기업에만 이익을 줄 수 있는 활동으로 변질되어 정부 중요 정책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CHIPS 프로그램 사무실 디렉터인 마이크 슈미트는 시큐어 엔클레이브는 행정부 뿐 아니라 상무부에도 최우선 과제라며 시큐어 엔클레이브는 CHIPS법이 정한 경제와 국가안보를 촉진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는 광범위한 목적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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