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EU 디지털시장법(DMA)을 준수하기 위해 지난 3월 출시한 iOS 17.4에서 EU 지역 사용자에 한해 웹킷(Webkit) 이외 브라우저 엔진을 허용했다. 그런데 애플은 제3자 브라우저 엔진 개발과 테스트를 EU 내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기기로만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DMA는 대규모 플랫폼, 게이트키퍼에 공정한 행동을 요구하는 법률로 현재 애플, 알파벳,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바이트댄스가 게이트키퍼로 지정되어 있다. DMA에서는 게이트키퍼가 운영하는 iOS나 윈도 같은 OS, 틱톡이나 페이스북 등의 SNS,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 등 앱 배포 스토어와 같은 핵심 플랫폼 서비스가 규제되며 사용자는 게이트키퍼 외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아이폰 모바일 OS인 iOS도 DMA 규제 대상이 되어 애플은 EU에서 제3자 앱스토어를 지원하는 등 여러 양보를 강요받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웹킷 외 모바일 엔진 허용이다. 애플은 지금까지 iOS에서 동작하는 브라우저를 엔진에 웹킷을 사용한 것으로 제한해왔다. 따라서 크로뮴 엔진을 갖춘 크롬이나 엣지, 게코 엔진을 이용한 파이어폭스 등은 그대로는 iOS에서 동작하지 않고 웹킷 실행을 강요받아 많은 기능이 iOS에서 제한되어 왔다.
DMA는 이런 관행도 규제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애플은 iOS 17.4에서 마침내 웹킷 외 브라우저 엔진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크롬, 파이어폭스, 오페라 등 사파리 외 브라우저가 완전히 동작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애플이 제3자 브라우저 엔진 개발 및 테스트를 물리적으로 EU 내에 존재하는 기기로만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개발팀이 미국 등 EU 지역 외에 있는 브라우저 제작사는 실제 아이폰이 아닌 맥 등에서 돌아가는 시뮬레이터에서만 브라우저를 테스트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일부 테스트는 시뮬레이터에서도 가능하지만 실제 기기를 사용한 테스트가 더 신뢰성이 높은 건 당연하다. 또 EU 사용자로부터 버그가 보고되더라도 이를 재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오픈웹 추진 비영리단체(Open Web Advocacy) 관계자는 애플은 전 세계 브라우저 엔지니어가 EU 지역 내에 물리적 소재지가 없다면 실제 브라우저 개발에 참여할 수 없게 해 그들이 iOS에서 경쟁하거나 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불합리하고 악의적인 컴플라이언스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가정해볼 만한 시나리오로 브라우저 벤더가 보안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종류 취약점에 대한 최고 전문가가 미국에 있다고 친다면 실제 기기에서 테스트하고 수정하려면 그들이 EU로 가야 하냐고 되물었다. 적어도 애플은 이게 오해라며 브라우저 벤더 테스트 기기는 예외라는 가이던스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이 EU 외 브라우저 개발자에게 제한을 가하는 한편 EU에 본사가 있는 오페라나 비발디 같은 브라우저 제작사는 애플로부터 이런 요건에 대해 듣지 못했다고 한다. 비발디 측은 자사 팀은 모두 유럽경제지역(EEA)에 근거지를 두고 있어 이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추측하지만 왜 이런 규칙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 역시 반경쟁적인 행위로 여겨지지 않겠냐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