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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건설에 사용된 사라진 나일강 지류 찾았다

이집트 피라미드 건설에는 나일강 지류 또는 운하가 사용됐다는 기록이 당시 현장 감독관 일기에 남아있다. 지질학자 연구를 통해 아흐라마트 지류(Ahramat Branch)라고 명명된 피라미드군 인근을 흐르던 지류 존재가 증명됐다.

많은 피라미드가 나일강 서쪽 사막 가장자리에 산재해 있으며 피라미드를 건설할 때 강물을 이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실제로 수로 자국도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윌밍턴 캠퍼스 지질학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팀은 2년 전 다중분광 위성 사진을 통해 지류 자국을 처음 확인했다. 이후 현장에서 퇴적물 코어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과거 지류가 존재했다는 걸 확인하고 아랍어로 피라미드를 뜻하는 아흐라마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팀 코어 분석에 따르면 아흐라마트 지류는 최소한 수도가 멤피스에 있던 제3왕조 시기 그러니까 기원전 2686년부터 리슈트 마을 부근에 수도가 있던 제13왕조 시기인 기원전 1650년경까지 지도상 유로를 따라 흘렀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판구조 운동으로 나일강 유로 자체가 동쪽으로 이동하고 사막에서 모래가 불어 들어오면서 아흐라마트 지류가 마른 것으로 추정된다.

1911년 이집트 측량국이 제작한 지도에는 바흐르 엘리베이니 운하와 주변 폐기된 수로가 표시되어 있다. 수로 부분과 위성사진을 겹쳐보면 연구팀은 이 운하가 아흐라마트 지류 잔재일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현대 기술로는 화강암 같은 단단한 재료에 구멍을 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고대 이집트 유적지에서도 구멍이 뚫린 화강암이 발견되어 과학기술이 현대에 비해 미비했던 고대 이집트인이 어떻게 화강암에 구멍을 뚫었는지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883년 이집트학자 A. 루카스와 플린더스 피트리는 고대 이집트 유적지에서 발굴된 관 모양 화강암 코어가 어떤 방식으로 제작됐는지 논의를 나눴다. 루카스는 규사로 연마됐을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피트리는 에머리(Emery)로 연마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추측을 증명하기 위해 루카스는 많은 참고문헌을 모았지만 규사 연마로는 코어에 동심원 모양 줄무늬를 만들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 한편 피트리는 처음에는 다이아몬드와 커런덤(Corundum)을 사용한 연마로 코어에 동심원 무늬가 생긴다고 보고 고대 이집트에서도 이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다이아몬드 희소성과 재현의 어려움으로 인해 결국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들간 논의는 평행선을 그었지만 1983년 펜실베이니아 박물관 연구팀이 고대 이집트에서 발굴된 석관 구멍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먼저 구멍 형태를 실리콘으로 채취했다. 표면을 관찰한 결과 동심원 무늬 간격이 점점 좁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구멍을 뚫어가며 연마 입자가 작아졌기 때문.

또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규사로는 화강암 표면에 동심원 무늬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편 건조한 에머리로는 동심원 무늬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에머리 슬러리를 올리브유 등으로 습윤하게 하면 동심원 무늬가 나타났으며 물을 사용했을 때보다 구멍 뚫기가 더 빨랐다. 연구팀은 다이아몬드와 커런덤도 사용해봤는데 다이아몬드는 건조 상태에서도 동심원 무늬가 생겼지만 커런덤은 습윤 상태에서만 동심원 절단선이 나타났다.

피트리는 다이아몬드 희소성 때문에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결론지었지만 연구팀은 연구에선 에머리, 다이아몬드, 커런덤 중 어떤 연마제가 고대 이집트에서 화강암 구멍 뚫기에 사용됐는지 특정할 수 없었다며 피트리 지적을 반박했다.

이 발견은 고대 보석 세공 기술 연구에 중요하며 다른 석재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 1990년대에는 이집트 학자와 석공, 고대 도구 전문가가 고대 이집트 오벨리스크가 어떻게 제작됐는지 연구했으며 유튜브에는 고대 이집트 구멍 내기 기술을 재현한 동영상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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