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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드론 기술 발전

전쟁이 급속한 드론 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2월 이후 2년이 지났다. 자금과 병력 면에서 러시아보다 불리한 상황인 우크라이나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앞서 나가야 했기 때문에 드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드론이 수입될 때쯤이면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자선단체 프리 인 스피릿(Free in Spirit) 알렉산더 체르냐프스키 대표는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드론을 개발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는 그렇게 비싼 드론을 구매할 재원이 없다며 우크라이나는 가장 저렴한 부품을 사용해 효과적인 무기를 개발하고 큰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2022년부터 민간인과 군인 모두를 지원하며 수요에 맞춰 드론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신생 드론 제조업체는 폴란드산 프레임, 캐나다산 안테나, 우크라이나산 비행 컨트롤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구할 수 없는 부품은 3D 프린터로 직접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전장에서의 기술 혁신 속도가 엄청나 해외 제품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면 이미 구식이 되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가 5억 달러를 들여 도입한 터키산 드론 바이락타르는 키예프 방어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전장 6.5m, 날개 폭 12m짜리 거대한 바이락타르는 러시아의 대공 공격 표적이 됐다. 그 결과 소형 FPV 드론이 운용되기 시작했다.

한편 러시아 측은 드론 조종을 막기 위해 교란 공격을 시작했고 이에 대응해 우크라이나군은 주파수 호핑 모뎀으로 교란을 회피하고 있다.

이렇게 기술혁신 속도가 빨라진 이유는 납기나 기업 주가에 의해 발전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엔지니어는 5~7km 비행 가능한 드론을 22km까지 가능하도록 개조했다. 중국산 드론은 4,500달러인데 비해 우크라이나 엔지니어가 만든 드론은 450달러에 불과하지만 러시아산 수억 원대 무기를 파괴하거나 무력화시켰다. 한 우크라이나 공장은 주 6일 근무, 36명 인력으로 월 1만 대 생산 능력이 있지만 실제로는 3,000대만 생산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선불로 발주하지 않아 공장 측에서 자금을 먼저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 관계자는 러시아도 드론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6개월 안에 자신들을 따라잡을 것이라며 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키예프에 위치한 항공무기업체 터미널 오토노미 CEO는 세계에 몇 십여 곳밖에 없는 자율 드론 메이커 절반이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말한다. 자율 드론이 인간 판단 없이도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있지만 그는 보병이 장거리 대전차 무기 없이 싸우거나 5배 많은 적과 싸우는 것보다는 두려움이 적다며 앞으로 대부분 기계가 다른 기계를 죽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기반 자율 드론은 조종사가 필요 없어 러시아 측 교란 공격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는 인적 요소를 배제하면 아군 오인 사격이나 민간인 사상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자율 드론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역설적이라고 지적한다. 드론은 다른 국가를 침략해야 하는지 약탈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지 않는다며 우린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며 러시아가 이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하는 동안 멍청히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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