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0년대 부족했던 강철과 알루미늄 대신 얼음을 선체 재료로 사용하는 계획이 영국에서 추진됐다. 전장 1.6km가 넘는 선체와 어디에나 있는 물로 수리할 수 있다는 구상으로 사실상 불가침 항모가 완성될 것이라 기대됐지만 중단된 프로젝트가 바로 프로젝트 하버쿡(Project Habbakuk)이다.
제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독일 유보트가 영국을 비롯한 연합국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연합국 측은 독일에 대항할 수단을 모색했다. 이런 와중에 제기된 게 영국 연합작전본부 소속 발명가 제프리 파이크(Geoffrey Nathaniel Pyke)에 의한 얼음으로 만든 이동 가능한 불가침 항모 아이디어였다.
파이크가 구상한 건 얼음으로 만든 견고한 선체를 가진 전장 1.6km가 넘는 거대한 항공기 탑재선이었다. 선체 상부에는 긴 활주로, 하부에는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공동이 있어 육해상에서 역사상 최대 운송수단이 될 설계로 당시 부족했던 강철과 알루미늄 소비를 줄이고 어디에나 있는 얼음을 주축으로 건조한다는 대담한 아이디어였다.
완성되면 1만 1,300km 항속거리를 갖게 되며 중폭격기 이착륙을 지원하는 선체가 되고 전장 1.6km 이상, 중량 22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얼음을 선체 재료로 사용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한 게 파이크는 아니었지만 얼음은 거칠고 쉽게 녹는 단점과 밀도 관계로 인해 전복 위험이 있어 그때까지 실현된 적이 없었다.
이런 기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이크는 목재 펄프와 물을 혼합한 복합재료 파이크리트(pykrete)를 고안했다. 목재가 보강재가 되어 강도와 안정성이 높아지고 용해 속도도 늦추는 효과가 있는 파이크리트는 곧바로 주목을 받았고 가공이 쉽고 물을 얼리는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장점에서 영국 해군과 윈스턴 처칠 총리 지지를 받아 1,000톤 규모 시제품 건조가 결정됐다.
이 프로젝트가 워낙 대규모인 데다 대담함 때문에 믿기 어려운 명칭이 필요했던 것 같다. 영국 해군은 히브리어 성서 하박국서에 나오는 “너희 열방아 보라 너희는 딱 놀랄지어다 너희 생전에 내가 한 가지 일을 행할 것이라 누가 그것을 너희에게 고할지라도 너희가 믿지 아니하리라”는 구절에서 따와 이 항모 건설 계획을 프로젝트 하버쿡(Project Habbakuk)으로 명명했다. 하지만 이는 하박국(Habakkuk)의 오기였다고 한다.
1943년 시제선이 발주되어 9.1m×18.3m, 1,000톤 규모 모형이 캐나다에서 완성됐다. 시제기에는 최소 30만 톤 목재 펄프, 단열재 2만 5,000톤, 목재 3만 5,000톤, 강철 1만 톤이 사용됐으며 이 선체는 여름철 1마력 모터만으로도 물을 얼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순조롭게 보였던 프로젝트 하버쿡이지만 더 많은 단열재와 강철이 필요하다는 시산, 신규 비행장으로 인한 항모 필요성 감소, 연료탱크 개량으로 항속거리 연장, 1,000만 파운드 견적가가 실험기로는 높다는 점 등으로 인해 환상의 빙산 항모는 실전 배치 없이 계획이 중단되고 말았다.
그래도 시제기는 실현 가능성을 보여줬고 무더운 캐나다 여름을 3차례나 견뎠다고 한다. 시제선 테스트가 이뤄진 캐나다 앨버타주 재스퍼 국립공원 패트리시아 호수 바닥에는 잔해가 가라앉아 있으며 1988년 앨버타 수중고고학협회 다이버가 명판을 설치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