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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물리학 혁명될까…뮤온 충돌형 가속기 구상

입자물리학은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입자를 연구하는 분야. 입자를 가속시켜 대상에 부딪히거나 서로 충돌시키는 가속기를 이용한 실험이 중요하다. 하지만 차세대 가속기 개발에는 비용과 기간 면에서 과제가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선 입자 중 하나인 뮤 입자(muon)를 고속 충돌시키는 뮤온 입자가속기(Muon collider) 개발이 검토되고 있다.

입자물리학자는 수십 년간 가속기를 사용해 고에너지 입자를 충돌시키고 이 결과로 생기는 현상이나 입자를 관측해왔다. 에너지와 질량은 등가이므로 입자를 고에너지로 충돌시켜 표준 모델을 검증하거나 미지의 입자와 물리 현상을 탐색할 수 있다. 현재 가장 강력한 가속기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만든 LHC다. LHC는 양성자 빔을 정면으로 충돌시키는 가속기로 이론상 예언된 힉스 입자 발견에 기여하는 등 큰 활약을 해왔다.

하지만 입자에 대한 이해를 더 높이려면 더 높은 에너지에서 입자를 충돌시킬 필요가 있어 CERN은 더 큰 규모인 가속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길이 27km 원형 충돌형 가속기인 LHC에 비해, 길이 100km에 달하는 FCC(Future Circular Collider) 건설 프로젝트를 검토 중인 것.

하지만 업그레이드된 FCC(FCC-hh)가 가동되는 시기는 2070∼2080년대가 될 가능성이 있어 현재 연구를 진행 중인 입자물리학자 대다수가 그때는 은퇴하거나 생존해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주로 미국 입자물리학자는 양성자나 전자가 아닌 뮤온이라는 고에너지 입자를 반뮤온과 충돌시키는 뮤온 충돌형 가속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정부 과학자문위원회인 5P(Particle Physics Project Prioritization Panel)가 향후 10년간 연구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뮤온 충돌형 가속기 연구개발을 촉구했다. 뮤온 충돌형 가속기는 미국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 캠퍼스 내에 들어갈 수 있는 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어 유럽에 앞서 건설할 수 있다면 가속기 개발 경쟁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되찾게 될 것이다.

뮤온 충돌형 가속기 개발 장점은 기능적으로 동등한 양성자 충돌형 가속기보다 소형이고 저렴하며 FCC-hh보다 수십 년 빨리 완성될 수 있다는 것. 뮤온은 전자 207배 질량을 가지며 가속 중 방사하는 에너지가 훨씬 적어 원형 가속기 반경이 10km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추산에 따르면 FCC-hh 건설에는 500억 달러가 소요되는 반면 성능이 견줄 만한 뮤온 충돌형 가속기는 180억 달러로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여러 입자가 결합된 양성자와 달리 뮤온은 단일 입자이므로 뮤온 충돌형 가속기에서 힉스 입자가 더 쉽게 생성되어 힉스장 연구에 유리할 것으로 지적된다. 뮤온 충돌형 가속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뮤온을 가속시켜 충돌시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큰 과제 중 하나는 양성자나 전자와 달리 뮤온은 순식간에 붕괴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뮤온은 그냥 두면 2.2마이크로초 만에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로 붕괴되기 때문에 뮤온 충돌형 가속기는 뮤온 생성부터 가속, 충돌까지를 순식간에 실행해야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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