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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휴대폰 메이커는 왜 몰락했나

핀란드에 본사를 둔 통신기기 제조업체 노키아는 2011년까지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였다. 하지만 그 후 몰락하여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됐고 현재는 통신 인프라 설비 제조가 주요 사업이 됐다. 한때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였던 노키아는 왜 쇠퇴하게 됐을까.

노키아는 1865년 스웨덴계 핀란드인 광산기술자 프레드릭 이데스탐(Fredrik Idestam)에 의해 설립됐다. 초기 노키아는 제지용 펄프 공장을 운영했지만 사업이 확장되면서 고무 공장, 케이블 공장을 거느리고 전력 인프라 관련 제품을 만들게 됐다.

노키아가 통신 인프라 사업에 진출한 건 창업 100년이 지난 1970년대. 핀란드 국방군 장비를 제조하다가 군용 통신기, 라디오, 전화 교환기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1980년대 노키아는 전자계산기 시장에 진출해 미니컴퓨터 미크로미코(MikroMikko)와 IBM 호환 PC를 출시했고 1982년에는 첫 휴대전화인 모비라 세네터(Mobira Senator)를 출시했다. 하지만 과도한 사업 확장으로 경영위기에 빠져 1990년대 초 대규모 사업 재편을 단행, 휴대전화와 통신인프라 사업에 집중하고 모니터, PC 제조는 철수했다.

1998년 노키아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최고 점유율을 차지했고 2000년대 중반까지 이런 지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과거 화장지에서 타이어까지 만들며 다각화된 사업을 해왔던 노키아 내부에는 시장 세분화 사고방식이 뿌리박혀 있었다. 2000년대 휴대전화 보급이 가속화되고 신흥국 시장 성장이 예상되자 노키아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와 고객 만족도 제고를 노렸다. 2007년 노키아의 시장 점유율은 40% 이상에 달했다고 한다.

2005년에는 노키아가 50종류 이상 신제품을 출시했는데, 이는 아이폰 등장 이후 16년간 애플이 출시한 모델 수보다 많다. 노키아 2005년 연차보고서에는 “노키아에게 경쟁력 있는 휴대기기 제품군이란 노키아 브랜드와 품질, 경쟁력 있는 원가구조를 바탕으로 매력적인 기능과 디자인을 갖추고 모든 주요 소비자 세그먼트와 가격대에 상업적으로 매력적인 휴대기기를 폭넓고 균형감 있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노키아는 비즈니스, 음악, 카메라 등 단일 용도 특화 모델을 대량 생산했고 디스플레이도 1비트 단색에서 24비트 AMOLED까지 다양했다.

예를 들어 2003년 출시된 노키아 7600은 나뭇잎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었고 커버를 교체할 수 있었으며 640×680 픽셀 디지털 카메라와 동영상 촬영도 가능했다.

2003년 등장한 노키아 엔게이지(N-Gage)는 게임 특화 휴대전화로, 게임은 멀티미디어 카드로 출시됐고 킹 오브 파이터즈, 소닉, 툼 레이더, 퍼즐버블 같은 타이틀이 나왔다. 2004년 출시된 노키아 7280은 손바닥 크기로 립스틱이라 불린 독특한 외형이었고, 키패드 대신 스크롤 휠로 조작했다. 2005년 나온 노키아 N90은 회전식 카메라 모듈을 탑재해 휴대용 캠코더 같은 사용감이 특징이었다.

이런 실험적 디자인은 당시 휴대전화 시장에서 혁신적이었지만 일관성 없는 사용자 경험과 제한된 범용성 등 실용성 면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노키아는 디자인 다양성 추구 과정에서 대다수 고객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실패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 발표, 2008년 구글 안드로이드 출시로 스마트폰 시장이 급변하자 노키아는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와 앱 생태계 확산 등 큰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2011년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노키아를 추월했고 이후 노키아 점유율은 가파르게 하락해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에 휴대전화 사업부를 인수당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제품을 과도하게 다양화한 노키아 전략은 개발 리소스 분산과 일관된 사용자 경험 제공에 실패하는 원인이 됐다. 또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적절한 전략 전환을 하지 못한 게 노키아 쇠퇴의 원인이 됐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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