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된 태아 뇌에서 채취한 세포를 이용해 처음으로 뇌 오가노이드를 생성하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이 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다. iPS 세포가 아닌 뇌세포에서 직접 진짜 인간 뇌에 가까운 구조를 가진 미니 뇌를 만드는 기술로 뇌종양이나 암 치료 관련 연구가 더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간 세포를 시험관 내에서 배양해 3차원 입체 구조를 가진 작은 장기를 생성하는 오가노이드 연구에선 지금까지 원시적인 눈과 시각을 가진 미니 뇌 등 성과가 나왔지만 제작에는 다능성 줄기세포를 뇌세포로 성장시키는 과정이 필요해 인간 뇌세포로부터 직접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는 없었다.
이번에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프린세스막시마센터(Princess Máxima Center)와 후브레흐트연구소(Hubrecht Institute) 연구팀은 인간 태아 뇌 조직으로부터 대뇌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만들어진 미니 뇌는 쌀알 정도 크기지만 복잡한 3차원 구조와 다양한 종류 뇌세포를 갖고 있으며 인간이나 인간 조상 등 발달한 뇌에 존재하는 세포(glial)가 많은 건 이 미니 뇌가 진짜 인간 뇌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걸 보여준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인간 대부분 장기로부터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었지만 뇌에서는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연구팀이 만든 미니 뇌 이미지를 보면 줄기세포는 회색, 신경세포는 깊이에 따라 분홍색에서 노란색으로 색상이 구분되어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줄기세포는 뇌 다양한 부위로 성장하도록 유도해야 하지만 뇌에서 적출한 조직은 특정 발생 단계에 있는 조직을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다. 또 줄기세포에서 만드는 미니 뇌에는 세포가 성장하기 위한 비계를 만들어야 했지만 뇌세포에서 만든 미니 뇌는 스스로 비계가 되는 세포 외 매트릭스를 만드는 것 역시 할 수 있었다.
이 미니 뇌를 만들기 위해 연구팀은 임신 12주에서 15주까지 태아 뇌 조직을 샘플로 채취해 완전히 익명 무료 제공 기증자로부터 제공받았다. 영양소와 성장 인자를 이용해 조직별 작은 조각을 플레이트에서 성장시켰고 샘플마다 적절하게 화학 물질에 노출되도록 성장하는 동안 끊임없이 흔들었다. 4∼8일 뒤 연구팀은 조직화된 복수 3차원 구조가 형성되어 이게 더 조직적인 외관을 갖는 오가노이드로 성숙한 걸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미니 뇌를 뇌종양 연구에 응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유전자편집기술(CRISPR-Cas9)로 미니 뇌 암 억제 유전자인 TP53을 결손시켰다. 그 결과 3개월 뒤 TP53에 결함이 있는 세포 증식이 미니 뇌 건강한 세포를 완전히 웃돌았다. 이는 결함이 있는 세포가 암세포의 전형적인 특징인 성장 우위를 획득한 걸 의미한다.
또 다른 실험에서 미니 뇌는 페트리 접시에서 6개월 이상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건 연구팀이 한 조직 샘플에서 미니 뇌 여러 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동일 유형 미니 뇌를 이용해 실험을 반복할 수 있어 연구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인간 태아 뇌세포를 이용한 오가노이드 작성에 대한 윤리적 틀에 대해 전문가와 협의를 하면서 새로운 미니 뇌 가능성을 추구해나갈 방침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