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그 중에서도 소셜미디어는 갈등을 격화시키고 SNS 상에서 소통되는 게시물에는 증오나 분노가 전파되고 있다. 원인은 필터링에 의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필터버블(filter bubble)이라는 생각이 주류지만 그보다 본질적인 원인은 뭘까.
SNS 같은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보고 싶은 걸 정확하게 추천하고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는 정보만 표시한다. 반면 반대 의견과 정보는 제거된다. 이게 필터버블이다.
그런데 인터넷 사용자가 보고 있는 것과 검색엔진에 표시되는 걸 조사한 연구에선 사람들이 이데올로기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증거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인터넷 사용자는 자신과는 다른 의견과 세계관에 매일 직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잘 생각해보면 원래 가족이나 친구 밖에 만나지 않는 실생활은 인터넷보다 훨씬 다양성이 부족하다. 필터버블이 충돌 원인이 아니라면 인터넷은 사람들이 더 잘 알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인간 뇌는 어리석기 때문에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
인간 뇌는 본질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사회 생활을 살아가기 위해 진화했다. 서로 협력할 수 없다는 건 현실적인 위협이었기 때문에 고립이나 분단이 있는 그룹은 멸망한다는 게 몇 세대나 계속되어 왔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웃마을 거주자를 어리석은 일이 있어도 같은 마을에 사는 이웃과는 나름대로 사귀게 됐다.
육체적으로 가까이 지내면서 세계관 틈을 메우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며 서로 죽이거나 하지 않게 된다. 또 같은 문화에 속해 있기 때문에 원래 이웃끼리의 세계관에는 큰 차이가 없다. 사회 발전에 따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웃과 접할 기회는 늘어나고 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잘 발판을 모아왔다.
그런데 인터넷 등장으로 뇌는 소셜미디어나 디지털타운 스퀘어라는 새로운 개념에 직격하게 된다. 이렇게 태어난 게 자신의 의견에 반론하지 말라는 욕구에 뿌리를 둔 소셜소팅(Social sorting) 그러니까 사회적인 선별이다.
이 문제를 요약하면 인간 두뇌는 인터넷에 있는 의견 차이를 잘 처리할 수 없다는 점에 빠지게 된다. 이는 조상으로부터 계승한 협력을 위한 메커니즘이 발을 잡아 버리고 있는 게 원인이다.
희망과 희망에 관계없이 뇌는 세계관과 의견에 따라 사람들은 그룹으로 나뉜다. 이게 소셜소팅이다. 인터넷상 언론 장소인 디지털타운 스퀘어에선 다른 가치관에 근거한 의견이나 정보를 접하게 된다. 더구나 이들은 이웃과는 달리 자신의 현지 스포츠팀을 응원하지도 않는다. 사람과 협조하는데 필요한 공통점을 찾아내지 못하게 되면 뇌는 의견차를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라고 간주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 의견은 하나도 믿을 수 없게 되어 상대방에 관한 욕은 뭐든 신용해버린다. 반대로 인터넷에선 실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보다 세계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 좋은 사람이고 자신이 속한 사회적 그룹도 좋은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 의견은 뭐든 믿게 된다.
반면 같은 그룹 회원의 나쁜 평판은 거부된다. 가능하면 사용자를 끌어들이려는 소셜미디어 메커니즘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나쁜 건 소셜미디어에 가장 유용한 감정은 분노다. 분노를 느낄수록 사람들은 토론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소셜미디어에선 의견차는 아니지만 최악의 의견에 맞게 최적화된다. 그리고 소셜소팅에 의해 피자에 파인애플을 넣는 무리라는 상태로 그룹이 나뉘어져 멤버 전원이 촤악의 의견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인식된다. 그 결과 라이프스타일, 보는 프로그램, 종교. 패션 센스 등 생활 모든 측면에서 양극화가 강조되고 이런 차이가 대립적이고 베타적인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를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한 의견차는 단순화되어 상대팀이 사회를 적극적으로 나쁘게 만들려고 하는 것처럼 왜곡된다. 이 문제는 양당제에 의한 팀 나누기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는 미국에선 심각해 의견 대립은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런 해를 피하려면 소셜미디어가 뇌에 세계를 어떻게 보여주는지를 의식하는 게 중요하다. 의견 내용이 아니라 누가 말했는지로 의견을 판단하거나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기술 진보에 비해 뇌 진화는 너무 느리기 때문에 마을이 도시나 국가로 발전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터넷이 나름대로 잘 되던 시대도 있었다. 예를 들어 블로그나 게시판이 중심이던 초기 인터넷에선 사용자를 끌어들이려고 하는 알고리즘이 없었기 때문에 사용자는 사용이 끝나면 PC 전원을 끌 수 있었다.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는 물론 작은 마을처럼 나뉘어져 있었다.
각각 커뮤니티에는 엄격한 지역 규칙과 여기에서만 통용되는 독자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만일 차단해도 다른 커뮤니티로 이동할 수 있었다. 간단한 해결책 중 하나는 소규모 온라인 커뮤니티로 돌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