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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CPU 아키텍처를 둘러싼 역사

애플이 지난 10월 31일 ARM 아키텍처를 채택한 3세대 애플 실리콘 M3을 발표했다. 애플은 CPU를 인텔에서 자사 직접 제작으로 바꿔 크게 약진을 이뤘지만 CPU를 바꾸는 데 있어 여러 장벽을 넘어서야 했다.

1984년 맥 출시 이후 애플은 CPU 아키텍처를 3회 마이그레이션했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애플 CPU 역사는 1984년 초대 맥인 애플 매킨토시에서 시작된다. 당시 엄청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 애플 PC인 리사(Lisa)를 추월하기 위해 애플은 새로운 PC 개발에 나섰다. 스티브 잡스는 나중에 맥으로 세상에 나가게 되는 PC에 당시 첨단이던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 GUI를 도입하고 마찬가지로 첨단 하드웨어를 탑재할 수 있도록 조건에 맞는 제품을 찾도록 개발팀에 요구했다.

1980년대초 조건에 맞는 최신 16비트 프로세서 아키텍처는 인텔 8088, Zilog Z8000. 모토로라 68k 3가지였다. 저가형 인텔 8088은 IBM이 채택했기 때문에 충분한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있었다. 미드레인지 모델인 Zilog Z8000은 경쟁 제품이 거의 없고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최소한 수준이었다. 하이엔드인 모토로라 68k는 아타리와 코모도에 채택되어 기존 개발 생태계가 어느 정도 있는 상태였다. 여기에서 애플은 리사 등을 통해 공급업체 관계에 있던 모토로라 아키텍처인 모토로라 68k를 채택했다.

모토로라 68k는 생태계와 호환성에 약점이 있었지만 이는 당시 경쟁 상대이던 IBM에 대해 차별화를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희생이었다. 더구나 당시 많은 경쟁 CPU에선 명령이 특정 레지스터에 한정되어 있었던 데 비해 모토로라 68k는 CPU 연산이 거의 모든 레지스터에서 실행 가능했다. 이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키우는데 이상적인 구성이었다고 한다.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텔과 파트너십을 맺어 윈도와 인텔 CPU 사업이 거의 시장을 독점했다. 인텔은 강력한 x86 칩 아키텍처를 일관되게 개량해왔을 뿐 아니라 트랜지스터 혁신을 이뤘고 1993년부터 출시된 인텔 프로세서인 펜티엄은 마이크로소프트 시장 점유율 향상에 일조했다.

인텔은 100MHz 클록 속도와 비교할 수 없는 효율로 패권을 잡고 맥을 90년대까지 지지한 모토로라 68k 패밀리를 밀쳐냈다. 컴퓨터 세계가 독점 위협에 노출되면서 애플은 오랫동안 파트너였던 모토로라 외에도 이전에 경쟁자이던 IBM과 손을 잡았다. 이게 AIM(Apple, IBM, Motorola) 연합 탄생이다.

AIM 3사는 인텔에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유일한 길인 x86 아키텍처가 CISC 아키텍처를 이용한다는 약점에 눈을 돌린다. 칩 설계 사상에는 CISC와 RISC 2종류가 있다. CPU는 물리적 회로 제약으로 사로 다른 한정된 오퍼레이션을 실행할 수 있지만 CISC는 복잡한 명령 세트를 받아들이는 반면 뭔가 문제가 발생하면 괴멸적 성능 저하를 초래하는 약점이 있다. 이에 비해 RISC는 더 간단하고 적은 명령어 세트를 처리해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다.

CISC의 함정은 개발자에 있어 복잡성으로 CISC 아키텍처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는 필요한 명령을 찾아내기 위해 500페이지도 넘는 매뉴얼을 참조해야 했다. 애플과 각사는 RISC를 개척하기 위해 개발을 진행해 첫 RISC 아키텍처를 채택한 프로세서인 파워PC(PowerPC)를 탄생시켰다.

파워PC는 인텔 x86 아키텍처에 직접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세서로 더 뛰어난 효율성 그러니까 전력 와트당 CPU 연산수가 증가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에 종사했기 때문에 자사 운영체제를 새로운 파워PC에 최적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파워PC로 완전히 마이그레이션을 하려면 몇 가지 계획이 필요했다. 여기에서 애플이세운 꾸준한 계획은 파워PC가 모토로라 CPU를 에뮬레이트할 수 있게 하는 에뮬레이터 개발과 이행기 소프트웨어에 팻 바이너리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개발자는 모토로라 68k와 파워PC 2개 아키텍처에 대해 컴파일된 코드를 포함할 수 있어 두 플랫폼에서 실행되는 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전체적으로 애플 마이그레이션은 성공했고 모토로라 68k에서 파워PC로 마이그레이션을 해 PC에 대폭적인 성능 향상을 가져왔다. 한편 그 무렵 윈도와 인텔은 엄청나게 확대됐다.

잡스가 애플 CEO로 다시 취임한 2000년 당시 기기 소형화가 진행되면서 배터리가 병목 현상이 되고 와트당 성능이 강조되면서 파워PC는 인텔 x86에 뒤쳐졌다. 2000년대초 파워PC CPU는 잡스가 생각하던 초박형 맥북 에어를 실현하기에는 소비 전력과 발열이 너무 컸다. 매출 50% 이상을 랩톱 컴퓨터에서 얻은 애플이 경쟁에서 이기려면 인텔로 갈아타야 했다.

2005년 애플이 인텔 CPU 이행을 발표하고 이로부터 몇 년간 일정을 세워 이행을 진행했다. 다만 CPU를 인텔에 의존한 결과 인텔 공급 제약이나 릴리스 지연 영향을 크게 받고 애플 로드맵에 영향을 주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뛰어나지만 공급 제약이 있는 인텔 CPU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플은 차분히 준비를 진행했다. 2008년 애플은 하이엔드 저전력 프로세서로 알려진 CPU 설계사인 PA세미컨덕터(PA Semiconductor)를 인수한다. PA CPU는 원래 IBM 파워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했으며 AIM 연합이 파워PC 맥에서 사용하는 명령 세트와 정확하게 동일했다. 이 인수로 애플은 독자적인 칩 설계를 비밀리에 할 수 있게 됐다.

애플 엔지니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탑재된 ARM 칩 설계와 개선을 몇 년간 계속하며 큰 우려 사항이던 소비 전력과 열 효율을 RISC 아키텍처를 채택하는 것으로 개선하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2020년 드디어 애플은 3번째 맥 CPU 아키텍처 전환을 발표하며 M1이라는 자사 칩을 화려하게 등장시킨다. M1은 애플 실리콘 M 패밀리 첫 모델로 맥 노트북과 데스크톱용 하드웨어였다.

M1은 SoC 그러니까 표준 데스크톱 PC와는 다른 하드웨어 구축 접근법으로 메인보드상에 컴포넌트를 탑재하는 대신 한 컴포넌트에 필요한 걸 모두 통합했다. 이 방법은 공간 제약이 있는 모바일 기기에 적합하다. M1에서 시작해 M2, M3로 이어지는 애플 실리콘은 저소비전력이면서도 놀라운 성능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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