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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빨대 배제 운동은 의미가 있었을까

커피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한 음료에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 빨대가 나와 마시기 힘든 생각을 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가 갑자기 환경 문제로 떠오른 이유와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를 불러온 큰 운동이 일어난 계기는 2015년 8월 10일 올라온 한 영상 때문이다. 해양 보호 생물학자가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한 데이터 수집을 하던 중 조우한 바다거북 코에 뭔가가 막혀 있었던 것. 펜치로 콧구멍에 막힌 물체를 잡아당기자 피가 나오면서 오래된 빨대가 나왔다. 해설에선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게 거북이 코에 들어갔다는 걸 믿을 수 없다며 큰 고통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영상은 반향을 일으켰고 흡입을 그만하자(#stopsucking)는 소셜 캠페인으로 발전했고 플라스틱 빨대를 환경을 해치는 적으로 하자는 운동으로 발전해갔다. 많은 음식점이 따르면서 이 운동은 단번에 퍼졌다. 2018년에는 시애틀이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한 미국 첫 도시가 됐고 캘리포니아주, 뉴저지주, 플로리다주 등이 뒤를 이었다. 더구나 스타벅스나 아메리칸항공 같은 기업도 플라스틱 빨대 반대 흐름에 맞춰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차가운 음료용 마시는 뚜껑을 도입해 연간 10억 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빨대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플라스틱 빨대 제거 운동은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분노를 일으키는데 성공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예를 들어 전 세계 바다에 버려진 연간 800만 톤 플라스틱 중 플라스틱 빨대는 0.025%라는 시산이 보고되고 있다.

플라스틱 전체 문제 종사자 중 일부는 빨대 금지 운동을 슬랙티비즘이라고 부르며 헌신이나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자기 민족을 위한 운동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입장 사람에 의하면 플라스틱 빨대 금지 운동은 플라스틱 문제와 싸우기 위해 자신이 변화를 가져왔다는 과장된 감각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가 도입을 결정한 뚜껑은 플라스틱 일종인 폴리프로필렌 재질이다. 너무 얇아서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빨대에 비하면 재활용하기 쉽기 때문에 스타벅스는 이런 도입을 개선점으로 자리매김하지만 미국에서 폴리프로필렌 재활용율은 3% 밖에 안 된다.

장애인 단체에서도 플라스틱 빨대 배제 운동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애인 중에는 액체를 마시기 위해 유연한 빨대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어 곧바로 엉망이 되는 종이 빨대나 구부리기 어려운 금속 재질 빨대, 세정이 어려운 실리콘 재질 빨대는 대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회용 빨대를 계속 제공하기로 선택한 기업 중에는 대나무와 밀 등 100% 생분해성 천연 소재로 만든 빨대를 사용하는 곳도 있었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바이오 플라스틱 빨대에 주목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옥수수와 사탕수수 같은 비석유 자원으로 만들어진 퇴비화 가능한 플라스틱이다. 하지만 종이 용기 제조업체(SOFi Paper Products) 측에 따르면 바이오 플라스틱이 효과적으로 분해되려면 소정 처리를 실시해야 하며 반드시 적절한 방법으로 폐기되어야 한다고 한다.

많은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방법을 채택하기를 원하지만 그럼에도 정부가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는 한 기업은 환경만을 배려하는 그린워시 전략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지속 가능한 선택과 그렇지 않은 걸 구별하는 건 어려워진다고 밝히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 금지 운동은 2023년 들어서도 활발하며 많은 정부나 지자체가 차례로 정책에 채용하고 있지만 이미 반플라스틱 운동에 대한 주목도는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많은 사람에게 플라스틱 빨대가 없는 게 당연해져 이제는 새로운 운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반플라스틱 운동 지지자는 한때 플라스틱 빨대가 자극한 분노를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주, 델라웨어주, 하와이주, 메인주, 뉴욕주, 오레곤주, 버몬트주 등이 비닐 레지 가방을 금지하고 있다. 또 슈퍼마켓이나 식료품점에서 구입한 상품 포장을 그 자리에서 떼어내 나온 쓰레기를 가게에 내놓는 활동도 우리나라나 홍콩, 캐나다, 페루, 미국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플라스틱 빨대를 표적으로 한 활동에는 사람들의 환경 의식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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