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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지상으로…200Gbps 레이저 통신 기록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와 MIT 등이 공동 개발한 위성통신시스템인 TBIRD(TeraByte InfraRed Delivery)가 200Gbps 전송 속도를 기록해 지난 2022년 달성한 100Gbps 기록을 2배 갱신했다. 저비용인 작고 빠른 위성 레이저 통신 시스템으로 인공위성이 취득한 방대한 데이터를 순간적으로 지상으로 보낼 수 있게 되어 우주를 관측하는 과학 미션이 새로운 발견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나사는 5월 12일 지난 4월 실시한 위성에서 지상으로의 레이저 통신 테스트를 통해 지금까지 최고 데이터 전송 속도인 200Gbps 처리량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인공위성은 지상국 상공을 5분간 통과하는 것만으로 고화질 영화 1,000개분에 해당하는 2TB 이상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나사 측은 데이터가 늘어나면 발견도 늘어나는 만큼 큰 의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레이저 통신을 가능하게 한 TBIRD 시스템은 나사 패스파인더 기술 실증 위성 3호 PTD-3에 탑재되어 지난해 5월 스페이스X 위성 라이드셰어 미션인 트랜스포터-5(Transporter-5)에 의해 궤도상에 올랐다. 530km 상공을 주회하는 PTD-3 위성은 크기가 시리얼 상자 2개를 쌓은 정도로 무게도 12kg인 큐브샛이다. 내장되어 있는 TBIRD는 일반 티슈박스 크기 밖에 안 된다고 한다.

보통 지구상에서의 고속 통신은 광섬유를 이용한 레이저 통신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레이저로 고속 인터넷 통신을 할 수 있는 인공위성은 아직 없다. 따라서 우주기관과 우주 개발 기업은 우주 공간에서의 통신에 무선을 이용하고 있으며 위성이 고성능화됨에 따라 무선 통신 지연이 과제가 되고 있다.

레이저 통신에 사용하는 적외선은 무선 전파보다 주파수가 높기 때문에 더 고속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지만 TBIRD 개발이나 이번 기록 달성은 간단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상 레이저 통신을 위해 개발된 대부분 부품은 로켓에서 발사하거나 우주 공간이라는 어려운 환경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우주에서의 운용을 상정한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광신호 증폭기 케이블이 녹아 버리는 일이 있었다. 이는 공기 대류로 방열하는 전제로 만들어진 증폭기가 진공 중에서 열을 잘 방출할 수 없는 게 이유였다. 따라서 연구팀은 증폭기 제조사와 협력해 열전도에 의해 냉각을 실시하는 개선을 실시했다.

또 우주에서 지상에 도달하는 레이저는 대기 영향과 기상 조건에 따라 왜곡되어 데이터 손실이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는 데이터 전송 중 발생하는 오류를 정정하기 위한 프로토콜인 ARQ(Automatic Repeat Request)를 독자 개발했다. 지상국이 위성에 어떤 데이터 블록을 올바르게 수신할 수 있었는지를 전달하는 이 메커니즘을 통해 위성은 재전송해야 할 프레임을 특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불필요한 데이터를 재전송하는 시간을 생략하는 게 가능하다.

또 레이저는 무선 통신에 비해 빔이 얇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는 빔을 정확하게 수신기로 향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레이저 장치는 짐벌 그러니까 회전 플랫폼에 장착된다. 하지만 TBIRD는 작은 큐브샛에 장착되어 부피가 큰 회전대를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연구팀은 오류 신호를 이용해 위성 방향을 수정해 해결했다. 이 짐벌리스 전략은 TBIRD 추가 소형화로 이어졌으며 발사 비용 절감에도 기여했다.

200Gbps라는 이정표를 달성한 연구팀 다음 목표는 이 기술에 맞는 과학 임무를 찾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은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과학 미션에 적합하다며 스코프를 확장하는 이벤트호라이즌익스플로러 미션에서의 흥미로운 활약 등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블랙홀 촬영에 처음 성공한 이벤트호라이즌망원경에선 관측에 참여한 망원경마다 하루 350TB에 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쏟아냈다. 앞으로 이런 미션에 우주망원경 등 인공위성이 참가하면 우주와 지상간 고속 통신이 필수다.

연구팀은 앞으로 TBIRD를 미래에 달 표면 미션에 사용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검토 중인 통신 속도는 1∼5Gbps로 이는 200Gbps에 비하면 낮지만 달과 지구간 40만km 거리를 생각하면 경이적인 속도다. 또 이 기술은 지구상 데이터 링크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빌딩간, 산정상간 등 사람이 쉽게 가지 못하는 곳에서의 통신으로 광섬유 부설에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경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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