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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사고, 개 DNA에도 남은 영향

1986년 체르노빌에서 원자로 폭발이 일어나고 수십 시간 뒤 구호 버스 1,200대 이상을 타고 시민이 피난했지만 나중에 남겨진 개는 방사능을 그대로 받으면서 무리를 이뤄 살아왔다.

이를 담은 다큐멘터리인 체르노빌의 개(The Dogs of Chernobyl)가 유튜브에 공개되어 270만 회 이상 재생되는 등 관심을 모았다. 원자력 발전소 반경 30km 권역 내 체르노빌 입장 금지 구역에서 자란 개는 DNA가 전 세계 어떤 지역 개와도 다르다는 감정 결과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이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드(Science Advances)에 발표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2017년부터 수의사나 동물 애호 클리닉과 공동으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근처 개를 검사하고 예방 접종, 피임과 거세 수술을 하는 체르노빌 개 연구 사업을 진행하며 혈액을 채취해 DNA를 해석하는 작업도 이 일환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전 세계 개 유전자와 비교하자 차이는 확연해 37년 전 죽음의 재에서 살아남은 개 자손과 차이를 보였으며 조사에선 금지 구역 내 개끼리도 차이가 있다는 게 판명됐다.

연구팀은 체르노빌 출입 금지 구역 내 개는 원전이 있는 공업 지대에 서식하는 무리와 현장에서 15km 떨어진 주택가에 서식하는 2가지 부류로 나뉜다고 말한다. 조사에선 모두 5개 유전자 패밀리가 발견됐지만 이주나 교배도 활발해 최대 세력 패밀리의 경우 조사 대상 구역 모두에서 서식이 확인됐다고 한다. 그 중에는 순혈이 유지되는 견종도 있다. 그 중에서도 셰퍼드 같은 견종은 이런 경향이 현저했다고 한다.

개 같은 대형 포유류를 포함한 유전자 연구는 이번에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신체에 미치는 영향까지는 아직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남은 과제다. 체르노빌 개 무리는 인간과 밀접하게 관련된 무리에 방사능이 장기간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수 있는 대상이다. 원전 사고가 피할 수 없고 가축에 대한 영향 조사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앞으로 대비를 위해서도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동물 애호 단체 CFF(The Clean Futures Fund) 2016년 추계에선 이들 개의 수명은 불과 1∼3년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애완견이라면 10년 전후는 살 수 있다. 사실 방사능이 체내에 축적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리지만 체르노빌 개는 그 전에 죽어 버린다. 내부 피폭과는 관계없이 난방도 없는 가혹한 자연 환경 속에서 풍설에 노출되어 죽어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다만 논문을 보면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만큼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할 수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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