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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학교에서 이뤄지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인터넷 발달은 정보 공유와 의견 교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가짜 뉴스나 오정보가 확산되기 쉬워지는 문제도 불러왔다. 이런 가운데 교육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핀란드에선 가짜 뉴스나 오정보를 구별하는 방법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핀란드 한 중학교 교사는 8학년 학생에게 뉴스를 읽게 하고 기사 목적은 무엇인지, 언제 쓰여진 기사인지, 저자의 중심적 주장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게 하는 수업을 실시한다. 또 다른 수업에선 틱톡 영상 3개를 보여주며 크리에이터의 동기나 시청자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 논한다고 한다.

이런 수업은 아이가 인터넷상에서 가짜 뉴스나 오정보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하려는 것. 뉴스 내용이 좋다고 해서 반드시 진실은 아니라는 것. 교육 수준이 높은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핀란드에선 가짜 뉴스를 구분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취학 전 아동 시점부터 실시하고 있다. 핀란드 국립시청각연구소장은 교사가 가르치는 과목이 체육이든 수학이든 국어든 디지털 리터러시 필요 요소를 어떻게 도입하면 좋을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국가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결과는 국제 조사 결과에도 반영된다. 불가리아에 있는 OSI(Open Society Institute)가 발표한 가짜 뉴스에 대한 회복력에 관한 2022년 조사 결과에선 핀란드가 5년 연속 유럽 41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이 랭킹은 보도의 자유, 사회에 대한 신뢰 수준, 독해력, 과학, 수학 점수에 근거해 산출된 것이다. 또 2위부터는 노르웨이, 덴마크, 에스토니아, 스웨덴, 아일랜드 순이며 하위권에는 북마케도니아, 코소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알바니아 등이 위치하고 있다.

이 조사에 미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다른 여론 조사에선 2016년 이후 가짜 뉴스나 오정보가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0월 갤럽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스미디어가 뉴스를 정확하고 공평하게 보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34%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조사 기업 IRO리서치(IRO Research) 설문조사에 따르면 핀란드는 76%가 종이나 디지털 신문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핀란드의 뛰어난 공립학교 제도와 대학 학비 무상화 등 교육 수준을 올리는 정책,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도, 교사에 대한 존경 같은 것도 가짜 뉴스에 대항하는 이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핀란드어 화자는 540만 명 정도로 상당히 적기 때문에 다른 언어권 화자가 쓴 가짜 뉴스는 문법이나 구문 실수로 쉽게 식별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핀란드 교사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실시가 의무화되어 있지만 수업 실시 방법에 대해선 재량권이 크게 주어진다. 뉴스 기사나 틱톡 영상에 대해 논의하게 하거나 실제로 자신의 동영상이나 사진을 편집하게 해 정보 조작이 얼마나 쉬운지 체감하게 하는 수업을 하기도 한다. 예방 접종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검색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검색 결과 상단에 표시됐다고 해서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게 아닌 이유에 대해 논의하기도 한다.

핀란드에선 2013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국가 목표로 책정하고 몇 년간 가짜 뉴스나 오정보를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캠페인을 가속화해왔다. 현재 10대는 SNS가 생긴 이후 성장해왔지만 젊은층이 음모론에 빠지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있듯 SNS에 익숙하다고 해서 가짜 뉴스에 속기 어려운 건 아니다. 핀란드는 국경을 접하는 러시아의 프로파간다 캠페인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이후에는 미디어 리터러시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한 헬싱키 학교 교사는 지난 16년간 아이의 독해력이 분명히 저하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유는 게임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보내는 시간이 늘고 독서에 소비하는 시간이 줄어든 게 원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독해력이 낮고 주의력이 지속되지 않으면 학생은 동영상에서 본 가짜 뉴스를 믿거나 오정보를 구분할 지식에 익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 교사들은 목표가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학생에게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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