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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女납치, 데이터앱처럼 평범한 일”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에는 데이트라는 말이 없고 남성이 아내가 될 여성을 납치하고 그대로 결혼하는 경우가 다발하고 있다고 한다. 2016년 이뤄진 키르기스스탄 내 조사에선 여성 중 22%가 납치로 결혼 생활리 시작됐다고 응답했다. 동의 없는 상태가 6%, 동의 상태가 16%지만 키르기스스탄 내 남성 우위 사상을 감안하면 동의라는 말에 대한 실태를 찾는 건 어렵다. 키르기스스탄 내 납치 결혼은 미국 데이트 앱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이라고 한다.

1876년 키르기스스탄이 러시아 제국 일부가 되기 오래 전 부유한 젊은 여성이 가난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아버지가 결혼을 금지하자 두 사람은 도망쳐 딸 아버지가 현지인에게 쫓게 하고 계곡까지 몰린 이들은 손을 잡고 뛰어 내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납치, 현지에서 말하는 알라카추(Ала качуу) 기반으로 되어 키르기스스탄 수도인 비슈케크에서 남동쪽 100km 떨어진 키즈퀴오라는 작은 마을에서 퍼져 나갔다고 한다.

알라카추라는 말이 등장한 건 1940년대다. 미국인과 키르기스스탄 사회학자는 2007년 학술 논문에서 알라카추는 사람들이 맞는 결혼에서 합의 결혼으로 이행하는 걸 돕기 위해 지지됐다고 이론화했다.

반세기 동안 알라카추는 다양한 상황을 표현하게 됐다고 한다. 연인이 부모 의향을 무시하고 달려가거나 결혼식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이뤄지는 일도 있다고 한다. 또 결혼을 거부한 전 연인을 납치하거나 거의 말한 적 없는 여성을 납치하거나 심지어 모르는 여성을 잡아서 연애 약속이나 감정적 협박, 강간 등 더 흉악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최근 여성 교육이 확충되고 정부 관계자에도 여성이 늘고 있지만 알라카추는 오히려 증가 경향에 있다. 2004년 이뤄진 신부 납치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76세 이상 여성 27%가 속거나 강요받아 납치된 적이 있다고 답했지만 16세에서 25세 여성 중 절반 이상이 자신의 의지에 반해 납치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조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신부 납치는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2012년에는 20세 여성이 납치되어 강간당한 뒤 자살하는 무서운 사건이 발생해 30년 만에 납치범이 투옥됐다고 한다. 이 풍습에 대해 국민적 항의 운동이 일어나며 키르기스스탄 의회는 신부 유죄 최고형을 3년에서 7년으로 끌어올렸지만 이는 어떤 의미에선 진보였지만 당시 납치죄가 10년, 자동차 도둑이 8년, 소고기 도둑이 11년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어두운 농담 같은 것이었다.

신부 유괴 형기는 다른 유괴와 동등해졌지만 형사 사법 제도는 여전히 달콤하다는 지적이다. 비슈케크에 거점을 둔 매체가 2021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19년 키르기스스탄 경찰에 전달된 납치 사건 233건 중 재판이 된 건 불과 14건이다. 2020년 210건 중 11건보다 더 적었다. 법률은 신부 납치를 예외적으로 가중된 형사 범죄로 분류하고 있으며 당사자가 화해해도 사건을 추궁해야 한다고 하지만 경찰이나 법원 직원은 피해자 진솔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납치 호소가 재분류되어 거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이 된 알라카추 대부분은 벌금이나 집행 유예 판결로 끝난다. 다만 여성이 사망한 경우는 예외로 이 경우는 뉴스가 확산된다. 2021년 4월 수도권에서 출근 도중 27세 여성이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났지만 이 피해자는 강간당한 뒤 죽임을 당했다.

한 현지 남성은 양을 훔치도록 여성을 납치하는 게 아니라 먼저 남녀가 서로 얘기를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며 여성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가 동의하면 그대로 된다며 남성이 보지도 않고 인간을 납치하는 일은 우선 없다고 말한다. 한 현지 여성은 결혼했을 때 남편을 몰랐다며 2번째 만난 게 침대 위였다고 말한다. 실제로 납치되어 원치 않은 결혼을 강요받은 여성도 많은 반면 금지되면 어떻게 남편을 찾겠냐며 알라카추가 없으면 독신이 될 뿐이라고 말하는 여성도 있었다고 한다.

2018년 5월에는 알라카추에 휘말린 여성이 상대방 남성에 의해 죽는 사건이 발생해 피해자 여성 이름에서 딴 해시태그(#ForgiveUsBurulai)가 소셜미디어에 급속도로 퍼졌다. 하지만 키르기스스탄인은 충격을 받았지만 납치가 이뤄졌다는 사실에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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