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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우주, 당신이 서있는 위치는?

인간이 있는 곳은 지구 위이며 지구는 고속으로 자전고 공전을 하며 태양계도 우주 공간을 계속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광활한 우주 어디에 있을까.

엄밀하게 말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는 건 어렵지만 절대적 위치라는 개념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며 실제 위치는 상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우주에서 별이나 블랙홀 등 모든 존재가 사라져 버린다면 그 이후에는 빈 공간만 남는다. 주위에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서 모든 게 균일하게 되면 특정 위치라는 건 의미가 없어진다. 다시 말해 다른 무언가의 관계에서만 위치가 정해지는 것이며 상하나 좌우라는 개념도 상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면 세계는 평평하고 상하좌우 3차원 이동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이 시점은 물리학에서 기준계라고 불리는 것으로 적얻 본인 시점에서라면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실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지구는 구형이며 인간으로부터 5km 앞 수평선까지밖에 볼 수 없다.

자신으로부터 보고 아래 방향에 살고 있는 사람은 반대로 이쪽을 아래라고 인식한다. 아래는 중력에 의한 영향을 받는 개념이며 참조 프레임 착각이라고 한다. 또 사람들은 북쪽이 위를 향한 지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어쩐지 북쪽이 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더 멀리서 지구를 보고 있는 존재는 이를 반대로 파악할지도 모른다.

지구는 실제로는 평평하지 않고 구형이라는 걸 인정해도 끝이 아니다. 지구는 항상 자전하고 태양을 공전하고 있어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전과 공전이 정연한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복잡한 움직임을 하고 있다. 지구 공전 궤도는 진원이 아니라 타원을 그리고 있으며 1년 중에도 태양에 가까울 때나 먼 때가 있어 이동하는 속도도 변화하고 있다.

더구나 타원 궤도도 10만년 주기로 어긋나 있는 데다 공전 궤도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긴 기간을 보면 어긋난 공전 궤도가 태양 주위를 빙빙 돌리는 형태다. 이에 지구 위성인 달 중력이 영향을 미친다.

달은 꽤 거대하고 지구를 당기는 정도 중력을 갖고 있다. 지구와 달은 공통 중심을 주회하고 있지만 이는 지구 중심으로부터 4,700km 떨어진 장소에 있어 지구는 그만큼 흔들리는 궤도를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전 궤도는 달 중력에 의해 조금 흔들리고 있다.

덧붙여 태양계 평면이라고 되는 건 지구가 주회하는 평면으로 정의되고 있지만 사실 각 행성은 미묘하게 어긋난 평면을 돌고 있다. 또 태양계조차 부동이 아니다. 태양계는 은하계에 속하고 있어 은하계 중심을 주회하고 있다.

태양계는 은하계를 2억 3,000만 년 주기로 주회하고 있지만 태양계 평면은 은하계 질량 대부분이 존재하는 은하면과 일치하지 않고 60도 기울인 상태라고 한다. 은하계 중심에서 보면 태양계 행성은 나선을 그리면서 주회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은하게를 둘러싼 은하원반 질량도 태양계 궤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태양계는 은하면에 대해 올라거거나 내려가면서 주회하고 있다. 태양계가 1회 상하 운동을 하는 데에는 3,000만 년 가량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너무 길기 때문에 완전히 맵핑되지 않았다고 한다.

상대적인 위치를 다시 확인하면 지구는 달과의 중력으로 복잡한 궤도를 그리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어 태양계는 평면이 은하면에 대해 60도 기울인 채 은하원반 영향을 받아 상하이면서 은하계를 공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하계에 대해 어느 쪽이 아래라고 생각하는 건 참조 프레임 문제로 무의미하다는 것.

은하계는 합계로 10만 개 은하를 포함한 초은하단이라는 한쪽 구석에 있다. 초은하단은 은하 필라멘트라고 불리는 우주 최대 구조로 이뤄져 있다. 여기까지 오면 더 이상 지구 위에 살고 있는 인간 시점이 상대적인 것에 지나지 않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다시 지구 위에 사는 인간 관점으로 돌아간다. 우주 규모를 생각하면 머리가 망가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인간에게 이런 사실은 큰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건 변하지 않고 자신이 작은 우주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는 걸 방해하는 건 아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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