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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인터넷 저작권 개정안에 주목해야 할 이유

유럽연합 EU 의회가 9월 10일(현지시간) 인터넷 저작권 보호를 위한 새로운 법안 시비를 묻는 투표를 진행한다. 새로운 인터넷 저작권 개정안의 핵심은 사이트에 하이퍼링크를 붙이기만 해도 저작권 사용료가 발생되는 링크세(link tax), 웹서비스 측에 콘텐츠 필터링 책임을 부과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해당 개정안이 가결된다면 인터넷의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먼저 링크세. 예를 들어서 신문사 온라인 기사 링크만 모아서 뉴스 큐레이션을 해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하자. 이렇게 링크만 붙여 넣는 행위라도 저작권자에게 저작권 사용료 지불 의무가 발생한다. 이 조항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이 뉴스 생산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링크세를 도입하면 작은 큐레이션 서비스가 살기 어려워지고 사용료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주요 서비스만 살아남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또 다양한 경로로 소식을 전달 받을 수 있는 소비자 이익도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링크의 정의도 모호해 운용 여부는 자칫 정부가 언론 자유를 자의적으로 제약하는 걸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링크세의 경우 과거 벨기에나 독일, 스페인 같은 곳에 도입된 바 있다. 그러자 구글은 뉴스 전달을 취소했고 검색 유입이 확 줄여들자 결국 콘텐츠 생산자 측 트래픽이 급감하는 문제가 생겨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런 점에선 EU가 이번 개정을 통해 유럽 전역에서 링크세 도입에 재도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은 13조에 들어간 콘텐츠 인식 시스템 의무화다. 동영상이나 음악, 사진 같은 콘텐츠를 게시하는 모든 플랫폼에 대해 올리는 콘텐츠가 저작권 침해물이 아닌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한 것. 유튜브 같은 곳은 저작권 침해물인지 여부를 묻는 자동 확인 시스템을 도입한 상태다. 이를 통해 불법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삭제하도록 하는 것. 하지만 기본적으론 저작권 침해 신고를 받은 뒤 확인하는 사후 심사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13조에선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 저작권 침해를 사전에 체크하라고 요구한다. 저작권자가 신청하기 전에 알아서 제거할 수 있는 기능 도입을 의무화한 것이다. 이 같은 자동 검사 시스템을 도입하면 저작권 침해가 의심되는 자료가 포함된 이미지나 텍스트, 동영상 등 패러디를 포함한 일체가 배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열 같은 기능을 맡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인 남성이 자신의 연주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해 유튜브에 공개했다. 그런데 직후 유튜브에서 저작권 보호를 위해 운용하는 콘텐츠ID(Content ID)에 의해 해당 영상이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영상을 공개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한다. 여기에서 문제가 된 건 바로크 시대 작곡가인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곡을 연주한 것. 사후 300년 이상 지난 바흐의 곡에 저작권이 존재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저작권자가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라는 사실에 더 놀라게 된다.

300년 전 바흐에 대한 저작권을 소니가 보유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이런 일은 유튜브 콘텐츠ID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본래 저작권자가 아닌 제3자가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상황은 흔하다. 이런 콘텐츠ID 구조가 이번에 EU가 도입하려는 저작권 관리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는 음악과 영화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음악과 동영상 뿐 아니라 텍스트와 사진, 프로그램 코드 등 인터넷에 있는 온갖 콘텐츠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EU의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EU 소속 국가마다 이를 바탕으로 자체 국내법을 제정하게 된다. 물론 인터넷에서 저작권이 소홀하게 다뤄지는 일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EU가 이번에 도입하려는 방식이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의문이다. 이런 이유로 위키피디아를 운영 중인 위키미디어재단 등은 인터넷을 파괴할 수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위키미디어재단은 성명을 통해 EU가 인터넷에서 처음 저작권법을 마련한 2001년 당시만 해도 아직까지 웹사이트 수가 3,000만 개 이하였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처럼 인터넷이 사회 곳곳에 침투한 상태는 더 복잡하며 수많은 웹서비스와 응용 프로그램도 인터넷을 통해 가능해진 시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2001년 만들어진 법률이 이젠 시대와 맞지 않아 실태에 맞게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 반면 내용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언급한 것이다.

위키피디아에 올라오는 수많은 사진은 위키미디아 커먼즈(Wikimedia Commons)를 위해 제공하는 동시에 지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다른 프로젝트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자체가 이런 위키피디아와 비슷한 비영리 웹사이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위키미디어재단은 유럽의회에 예술과 역사, 문화에 대한 퍼블릭 도메인 작품을 위한 보호 조치를 하거나 이미 저작권이 소멸된 기존 작품에 대한 새로운 베타적 권리를 제한하는 걸 요구하고 있다.

재단 측은 또 올린 콘텐츠를 온라인에 공개하기 전 자동으로 필터링하는 걸 가능하게 해주는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 역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전 필터링 의무화나 사용자 업로드에 따른 법적 책임 증가는 비용 증가는 물론 시스템을 통한 콘텐츠 검사, 필터링 등 도입을 강요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재단 측은 EU의 인터넷 저작권 개정안에 대해 현재 인터넷의 장점을 훼손할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또 논의 초기부터 대형 저작권 소유자와 영리 목적 웹사이트가 지배적으로 참여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이해관계자 집단이 새로 만들려는 규제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위키미디어재단 뿐 아니라 EU의 이번 개정안이 유럽 의회 법무위원회를 통과한 지난 6월 비영리단체인 크리에이티브커먼즈는 “열린 웹 생태계에 어두운 날(It’s a dark day for the open web)”이라고 표현하면서 비판한 바 있다.

 

또 전자 프런티어 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 역시 의회에서 법안 부결을 목표로 반대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면서 행동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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