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생이라는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인류에겐 꿈이었지만 현대 과학 기술로도 실현되지는 않았다. 영생을 이루는 정신의 디지털화라는 개념은 뭘까.
인간 영혼은 수명이 있는 육체에 묶여 있어 육체로부터 해방되고 싶다는 소망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됐다. 영원한 수명을 인류는 계속 요구해왔지만 최근에는 기술 혁신에 의해 정신을 기계로 옮길 가능성이 열려 있다. 오히려 정신의 디지털화는 인류의 진화에 올바른 형태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신의 디지털화와 디지털화에 의한 영원한 수명은 다양한 SF 작품에서 주요 테마로 취급되고 있다. 먼저 디지털화해야 할 정신에 대한 정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신은 가장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 중 하나다. 굳이 정의한다면 의식과 지성의 집합인 능력이며 상상하고 인식하고 꿈을 꾸게 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의 디지털화는 정신의 복사본을 만들어 컴퓨터에 올리고 의식 시뮬레이션을 실행시키는 가상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이 개념 단계조차 문제가 여럿 있다. 첫째는 정신 업로드 타당성이다. 정신 업로드는 3가지 전제에 의존하지만 각각 전제가 곤란한 지경이다. 첫째는 정신은 뇌 구조와 배치, 생화학적 현상에서 태어난다는 것이지만 정신이 모두 뇌에 있다는 생각은 물리주의적이라며 논의가 끊이지 않는 분야다.
둘째는 뇌 복사본을 만드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전제다. 셋째는 뇌 복사본에서 정신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는 전제다. 컴퓨터 두뇌 복사는 뇌에 존재하는 물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완벽한 프로그램을 작성했더라도 본질적으론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이다. 다양한 과학자와 철학자가 3가지 전제에 대해 논의해왔지만 기본적 문제 대부분에조차 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원래 뇌란 무엇일까. 뇌는 1,000억 개 뉴런이 1,000조 내가 상호 연결되어 서로 초당 1,000번 전기 신호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또 뇌에서 뉴런 뿐 아니라 다양한 신경교의(glial) 세포와 면역 세포도 역할을 하고 있다. 뇌에는 호흡과 심박수, 운동 기능 조절, 반사 등 다른 역할을 하는 부위가 존재한다.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대뇌 피질은 기억을 저장하고 계획을 세우거나 생각하고 상상하고 꿈을 보는 등 역할을 맡는다.
뇌의 어디에 정신이 존재하는지는 미해명 문제다. 정신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부위 중 하나는 쐐기앞소엽(Precuneus)이지만 일부 부위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작업을 처리하는 것으로 정신은 뇌 특정 부위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또 뇌는 기분에 영향을 미칠 세로토닌과 기억 학습에 관련된 히스타민 등 다양한 호르몬과 장내 세균과 심장 신경 등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으며 무엇이 어떻게 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수록 모르는 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신의 디지털화를 위해선 뇌를 스캔해 디지털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대 과학 기술은 뇌 스캔은 이런 차원에 도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잘 될 것 같은 방법도 존재한다. 이는 뇌를 얇게 고해상도 전자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것으로 이 방법이라면 정확한 뇌 세포와 뇌 연결지도를 만들 수 있다.
2019년에는 1mm3인 쥐의 뇌를 2만 5,000장으로 잘라 스캔해 신경세포 10만 개, 시냅스 1,000만 개, 신경 섬유 4km를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전체 공정은 전자 현미경 5대로 5개월이 걸렸고 기록된 이미지는 1억 장 이상, 또 이미지를 결합해 3D 모델링하기 위해 3개월 기간과 2PB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필요했다. 뇌 용량에서 환산하면 인간 뇌를 이 방법으로 검사한다면 1,000만 배 노력과 자원이 필요하다.
설상가상으로 뇌를 완전히 시뮬레이션하려면 뇌 세포 뿐 아니라 뇌 세포를 형성하는 단백질 등 분자로 맵핑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만일 그렇게 될 경우 인간 뇌 스캔 데이터는 지구상 모든 스토리지를 합한 용량도 부족할 만큼 방대할지도 모른다.
만일 이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뇌를 스캔했더라도 스캔한 뇌를 시뮬레이션하고 움직일 수 있는지에는 문제가 있다. 스냅스를 스캔할 수 있더라도 스캔한 시냅스가 전달하는 전기 신호까지도 분석한 뒤 동적 시뮬레이션을 수행해야 한다. 뇌 데이터를 손에 넣는 것만으론 정신을 복사하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혁신이 필요하지만 과학 기술 발전 상황 예측은 어렵기 때문에 정신의 디지털화에 관한 기술 진보에 대한 전망은 서있지 않다. 하지만 과학 기술은 추구하는 가치에 있다. 정신의 디지털화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육체에 관한 지식과 새로운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혹시 뇌와 의식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않더라도 급속하게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에 의해 정신의 디지털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에서 정신의 디지털화가 가능하게 뙨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영원히 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정신의 디지털화가 가능해진 시점에는 디지털화된 정신을 복사해 영원히 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어떤 사정으로 복사에 오류가 발생하면 복사 이후 정신은 원래 인간 상태일까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또 자신과 디지털화된 자신이 공존할 수도 있다.
디지털화된 자신이 탄생한 순간 디지털화된 세상에 산다는 새로운 인생을 보낸다. 굶주림과 애정, 통증, 피로 등 감정은 뇌의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결과이며 육체를 가진 인간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디지털화된 인간은 임의로 취사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디지털화된 인류는 과거 육체와 붙어 있던 감정 대신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요구할지 모른다. 예를 들어 태양 위를 걷거나 공룡이 살았던 시대를 체험해보는 것도 시뮬레이션 상으론 가능하다.
이런 시대는 현대 사고방식과 우선순위가 완전히 달라질지도 모른다. 디지털화되어 영원히 사는 사이 과학기술도 발전하기 때문에 생각이나 우선순위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 디지털화되어 영생해 수명보다 오래 걸리는 프로젝트를 완수할 길을 열 수도 있다. 영원히 사는 과학자가 학습을 계속해 혁신적 발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혹은 정신이 영원히 사는 걸 견디지 못하고 디지털화된 정신으로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해본 뒤 종료로 갈지도 모른다. 수백년이나 수천 년 디지털 공간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낸 정신이 어떤 상태로 도달할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