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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몰락은 2019년 인수한 이것 제대로 활용 못한 결과?

인텔은 오랫동안 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했지만 AI용 칩 개발 지연 등으로 인해 지금은 엔비디아에 시가총액에서 크게 뒤처진 상태다. 인텔이 AI 경쟁에서 패배한 데에는 2019년에 인수한 신생 반도체 기업 하바나랩스(Habana Labs)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게 크게 관련되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마존이 2020년 하바나랩스 칩인 가우디(Gaudi)를 사용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구축한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을 때 전년 20억 달러로 하바나랩스를 인수했던 인텔은 이를 GPU에서 엔비디아의 우위에 대한 첫 도전이라고 부르며 환영했다.

하지만 인텔이 2025년 1월 공개한 실적 보고서에서는 하바나랩스 차세대 AI 칩인 팔콘쇼어스(Falcon Shores) 상용화가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인해 보류됐다는 소식이 저조한 실적과 함께 발표됐다. 인텔은 2024년에도 하바나랩스 가우디 시리즈가 부진했다는 이유로 가우디 3 후속 칩은 개발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사실상 하바나랩스 실패가 긴 인텔 측 인수 실패 역사에서 새로운 한 페이지로 기록된다는 걸 의미한다는 지적인 것.

이런 실패는 인텔에게는 통상적일 수 있지만 하바나랩스 창업자인 아비그도르 윌렌스에게는 이례적이라고 한다. 반도체계 천재로 불리는 윌렌스는 이전에도 2000년 갈릴레오테크놀러지(Galileo Technologies)를 미국 기업 마벨테크놀러지(Marvell Technology)에 27억 달러에 매각하거나 2015년에는 안나푸르나랩스(Annapurna Labs)를 아마존에 3억 5,000만 달러에 매각하는 등 여러 반도체 기업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엑싯한 연쇄 창업가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인텔에 매각된 하바나랩스는 가우디나 팔콘 쇼어스 한계가 드러나기 전부터 붕괴가 시작됐으며 2024년에는 하바나랩스 출신 주요 임원과 엔지니어 대부분이 인텔을 떠났다고 전해진다.

모바일 혁명에서 뒤처진 것과는 달리 인텔은 AI 미래를 정확히 인식했으며 AI 추진 일환으로 2016년 신생 AI 기업 너바나(Nervana)를 4억 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너바나 인수로 AI용 프로세서를 강화하려 했던 인텔은 곧 잘못된 선택을 했음을 깨닫게 된다. 2017년 엔비디아가 AI용 GPU로 부상하는 것을 보고 인텔은 전 AMD 임원인 라자 코두리를 영입해 AI 사업을 맡겼지만 인텔 제품은 성능 부족으로 시장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반등을 노리기 위해 인텔은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멜라녹스테크놀러지(Mellanox Technologies) 인수를 시도했지만 엔비디아가 인텔보다 높은 인수 금액을 제시해 실패했다.

멜라녹스 쟁탈전에서 패배한 인텔이 주목한 게 하바나랩스다. 윌렌스가 전 애플 출신 베테랑인 데이비드 다한과 란 하루츠와 함께 설립한 하바나랩스는 당시 이미 기능적인 AI 트레이닝 프로세서인 가우디를 보유하고 있었고 아마존도 관심을 보였다고 하지만 멜라녹스 실패에서 회복하고 싶었던 인텔은 더 높은 인수 금액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인텔은 2020년까지 하바나랩스 인수를 완료하고 너바나를 폐쇄했다.

이렇게 거의 같은 시기에 대형 반도체 기업 산하에 들어간 하바나랩스와 멜라녹스테크놀러지지만 이스라엘발 두 기업 운명은 크게 달랐다. 엔비디아는 멜라녹스테크놀러지 통합에 성공해 멜라녹스테크놀러지 공헌으로 연간 130억 달러 수익을 올리고 이스라엘에 수천 명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하바나랩스는 인텔 리더십 아래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보도에 따르면 인텔이 하바나랩스를 인수한 건 너바나 실패를 은폐하고 투자자에게 AI 투자를 어필하기 위해서였으며 처음부터 엔비디아 경쟁자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고 한다. 이는 하바나랩스가 인텔 내에서 인정받고 많은 예산을 확보한 코두리가 이끄는 GPU 부문이 아닌 DPG(Data Platform Group) 산하에 배치된 것에서도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인텔 임원이었던 한 인물은 하바나랩스 인수가 완료된 시점 인텔 내부인은 경쟁하는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있던 하바나랩스와 GPU 부문을 모두 운영할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하바나랩스 전 직원은 하바나랩스에서는 복도에서 5분만 이야기하면 일을 결정할 수 있었지만 인텔에서는 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 수십 명이 참여하는 3번의 회의가 필요했고 그래도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았다며 인텔의 관료주의적 비효율성이 큰 장벽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비판을 받으면서도 인텔은 가우디 프로세서 판매와 경쟁 제품인 GPU Ponte Vecchio 개발을 동시에 진행했다. 하지만 2022년 챗GPT를 비롯한 생성 AI 모델이 부상하면서 엔비디아의 우위를 무시할 수 없게 되자 인텔은 다시 고객 불만에 직면하게 됐다. 이후 Ponte Vecchio는 2024년에 생산 중단됐고 가우디도 새로운 세대가 개발되지 않게 됐다.

코두리가 사임한 뒤 인텔은 하바나랩스와 GPU 부문을 통합해 새로운 AI 프로세서인 팔콘 쇼어스를 개발하려 했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팔콘 쇼어스는 시장에 출시되지 않고 사내 테스트에만 사용되게 됐다.

인텔은 현재 차세대 재규어쇼어스(Jaguar Shores)에 초점을 맞추고 단숨에 엔비디아를 따라잡으려 하고 있지만 업계 전문가는 20년 동안 AI 칩을 연구해 온 엔비디아와의 격차를 메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보도에선 윌렌스가 인텔에 하바나랩스를 매각한 것은 인수 금액만 보면 뜻밖의 성공이었지만 이후 하바나랩스의 실패는 윌렌스 경력에 남은 드문 오점이며 더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에게도 기회 손실이 됐다면서 만일 잘 됐다면 하바나랩스는 인텔 내 AI 전략 기반이 되어 문제가 많은 인수 역사에서 희생자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인텔 고객 피드백과 시장 동향을 고려해 자사는 팔콘쇼어스를 사내 테스트 칩으로 활용하고 대신 재규어쇼어스를 시장에 출시하는 데 자원을 집중할 예정이라며 재규어쇼어스 기반으로서 팔콘 쇼어스는 자사에서 중요한 사업에 여전히 중요하며 그 지식은 직접 재규어쇼어스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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