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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관련 1조원 상당 비트코인, 누가 옮겼나

한때 실크로드는 마리화나와 LSD, 헤로인, 코카인 등 금지 약물이 판매되어 마약판 이베이로 불리기도 했다. 2013년 운영자가 체포되면서 실크로드는 폐쇄됐지만 2020년 미 대통령 선거 결과에 전국이 주목하는 가운데 실크로드와 관련한 1조원 상당 비트코인을 누군가가 몰래 옮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1년 개설된 실크로드는 일반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 없는 URL을 아는 사람만 접근할 수 있는 어둠 속 사이트였다. 실크로드에선 불법 약물이나 악성코드, 불법 콘텐츠, 훔친 신용카드 정보나 해킹 방법 등이 판매되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크로드 개설자이자 운영자인 로스 윌리엄 울브릭트(Ross William Ulbricht)는 법 집행 기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익명 통신 기술인 토르(Tor)를 이용할 뿐 아니라 거래 통화로 비트코인을 채택했다. 당시로는 진보적이었던 이 구조는 울브릭트가 심취했던 자유지상주의 경제 이론에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한다.

실크로드는 개설 2년 만에 90만 명 이상 사용자를 확보했지만 2013년 10월 울브릭트가 FBI에 체포되면서 실크로드는 폐쇄됐다. 또 실크로드 후계자로 실크로드 2.0이라는 사이트도 등장했지만 이곳 운영자도 FBI에 의해 체포됐다.

울브릭트는 돈세탁이나 해킹, 마약 거래 등 혐의로 가석방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FBI는 실크로드가 보유한 17만 4,000비트코인을 압수했지만 여전히 45만 비트코인은 압수되지 않은 상태였다. 비트코인은 다양한 요인으로 가격이 등락을 거듭해 울브릭트가 체포되어 거래가 멈춘 상태에서도 비트코인 가치는 크게 바뀌었다. 실크로드가 폐쇄된 2013년 10월 시점에선 1BTC 가치는 10만원 가량이었지만 지금은 1,500만원 상당이다. 따라서 실크로드와 관련해 압수되지 않은 비트코인 가치도 당시보다 100배 이상 급증했다.

실크로드와 관련된 비트코인이 보관되어 있는 지갑 중 일부는 이미 거래 내역 등이 특정되어 있다. 이 중 하나인 6만 9,370BTC가 보관되어 있던 지갑은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지갑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2013년 4월 이후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미국 전역이 2020년 대통령 선거 결과에 주목하던 11월 3일(현지시간) 실크로드와 관련한 1조원 상당 비트코인 모두가 새로운 지갑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거래 내역에 따르면 먼저 1BTC만 새로운 지갑으로 옮기고 다음에 남은 전액을 새로운 지갑으로 옮겼다고 한다. 이는 대량 비트코인을 송금할 때 보낼 지갑이 올바른지 확인하고 오송금을 막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블록체인 분석을 통해 이 기금은 실크로드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잇다고 말했지만 도대체 누가 비트코인을 옮겼는지는 알 수 없으며 9억 5,500만 달러 가치가 있는 비트코인의 움직임은 울브릭트가 감옥에 있는 만큼 그가 비트코인을 감옥에서 거래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외부 해커가 지갑 암호를 입수해 자금을 훔친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갑 송금에 사용하는 비트코인 주소 자체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난 1년간 해커 포럼에선 해당 지갑 개인키를 포함했다는 파일이 유통되어 있었다고 한다. 만일 이 파일이 정말 개인키를 포함하고 있었다면 무차별 대입 공격으로 파일 암호를 해독하고 지갑에 액세스할 수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는 무관한 해커가 아닌 실크로드 관계자가 자금을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들이 대통령 선거에 주목할 시기를 노려 자금을 옮겼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 앞으로 1조원 상당 비트코인을 현금화할 점에 대해서도 주목해볼 수 있는데 전문가는 비트코인 거래 내역은 블록체인에 기록,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해커가 비트코인을 현금화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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