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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아버지가 말하는 ‘행성간 인터넷’

현대에는 위성통신을 이용한 네트워크 접속 환경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구상 거의 모든 장소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 하지만 현재 인터넷 프로토콜을 행성간 통신(Interplanetary Internet)에 이용하려고 하면 거리 등 문제가 가로막고 있다.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Vinton Gray Cerf)가 자신이 몇 년간 진행해온 행성간 인터넷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밝혀 눈길을 끈다.

국제우주정거장과 지구는 무선과 인터넷 프로토콜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주 공간에서의 인터넷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엄청나게 거리가 떨어진 행성끼리 인터넷으로 연결할 경우에는 행성 사이 거리와 행성 위치라는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지구와 목성 사이 행성간 인터넷을 만든다고 치자. 지구와 목성 거리는 5억 9,070만∼9억 6,580만km 가량. 이는 빛의 속도로도 32분 50초에서 53분 41초나 걸리는 거리다. 또 지구와 목성은 자전, 공전을 하기 때문에 서로 위치 관계에 따라서 지구와 목성 사이에 낀 행성과 지구 자체, 목성 자체가 장애물로 무선 통신을 방해한다. 지구상 인터넷에서 주류인 아루팅 프로토콜은 연결 두절을 감지하면 경로를 재계산하기 시작하는 시스템을 채택했기 때문에 행성간 수준 지연과 두절에 대해선 경로 재계산을 남발해 통신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행성간 인터넷에 몇 년간 기여한 건 TCP/IP 프로토콜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터넷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 그는 TCP/IP를 형성한 1970년대 무려 메모리가 고가였기 때문에 연결이 두절된 경우 패킷을 저장하지 않는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 이 방법은 앞서 밝힌 대로 행성간 인터넷에 재계산을 남발할 수 있어 서프는 원활한 데이터 경로를 전제로 하는 현행 인터넷 프로토콜과는 다른 지연, 두절에 대한 대책을 통합한 행성간 인터넷용 프로토콜인 번들 프로토콜(Bundle Protocol)을 2003년 개발했다.

이런 행성간 인터넷에 조사해온 서프는 2020년 10월 기준 77세다. 3월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4월 완치되어 구글 수석 인터넷 에반젤리스트로 전 세계에 인터넷을 포교하는 활동에 복귀했다. 이런 서프가 행성간 인터넷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답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서프는 행성간 인터넷 아이디어를 제공한 건 당시 JPL과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 본부에 소속되어 있던 아드리안 후크(Adrian Hooke)라도 답했다. 행성간 인터넷 현황은 나사가 파괴된 우주선에 탑재한 프로토콜을 재사용해 사용할 수 있는 노드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행성간 인터넷 관련 사업 중 하나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있는 우주비행사가 독일에 위치한 로봇 차량을 원격 조종하는 실험도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화성 로봇 차량을 지구에서 원격 조종하면 지구에서 발사된 신호가 로봇 차량에 도달할 때까지 20분 가량 걸린다. 따라서 화성에서 차량이 예기치 못한 행동을 취한 경우 지구에서 처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열린 실험은 이런 상황을 상정한 것이었지만 ISS와 지구간 거리는 400km 정도에 불과하다.

또 행성간 인터넷 사용 경험은 현재로는 교대로 통신을 하거나 무전기 모드 또는 이메일 같은 모드 밖에 없다면서도 대화형 통신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남겨진 문제는 프로토콜을 구현하는 것으로 실제로 사용하는 건 별개라고 밝혀 우주 미션 설계자에게 개발한 프로토콜이 충분히 검증되고 있다는 걸 설득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프는 행성간 인터넷은 현재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인프라이며 단순히 사람이 공동 작업을 수행하고 서로 뭔가를 발견할 수 있는 매체에서 언젠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구상에서 번들 프로토콜 같은 지연 내성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사용할 수 있게 되겠냐는 질문에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부 라플란드에서 방목되는 순록 추적 조사와 조사 장치가 상시 통신을 유지할 수 없는 해양 연구 등에 사용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밖에 서프는 통신 기능이 제한되는 대규모 재해 등에도 지연 내성 네트워크는 유용하다고 밝혔다. 지구상 인터넷 프로토콜을 현재 TCP/IP에서 내성 지연 네트워크 프로토콜로 대체하는 건 어떠냐는 질문에는 모바일 환경에는 적합할 수 있지만 유선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다. 대신 구글이 2013년부터 구현하고 있는 네트워크 프로토콜인 퀵(QUIC)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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