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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스웨이츠 빙하에 주목하는 이유

지구 온난화는 인류와 환경을 위협하는 큰 과제다. 전 세계 과학자가 지구 온난화 진행을 감시하고 최대한 온난화를 막을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과학자가 남극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를 주시하는 이유는 뭘까.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큰 문제다. 이 해수면 상승에 깊이 관여하는 게 바로 남극이다. 남극은 지구에서 가장 많은 얼음을 보유하고 있으며 남극 서부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이 3m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이런 남극 서부에 위치한 스웨이츠 빙하에서 큰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스웨이츠 빙하는 6층 건물과 거의 같은 높이를 자랑하는 거대한 빙하로 남극 서부 해안 120km에 걸쳐 펼쳐져 있다. 이곳을 과학자가 주목하는 건 지난 수십 년 동안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빙하 붕괴다.

남극 빙상을 옆에서 본다면 얇은 땅 부분 위에 얼음이 펼쳐져 있다. 남극 빙상은 중간 부분이 가장 두껍다. 강설에 의해 중간 부분 얼음이 두꺼워지면서 해안 부분 빙하는 바다로 밀려난다. 따라서 빙하 끝 부분에선 해상 빙붕이 있다.

인위적인 기후 변화로 남극 주변 공기와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남극 해안에 있는 조각 얼음이 점차 녹는다. 그런데 땅의 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이 속도는 남극의 동서쪽이 다르다. 동쪽 얼음은 주로 해수면보다 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따뜻한 해수에 직접 닿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얼음 녹는 속도가 비교적 안정되어 있다.

하지만 서쪽 얼음 대부분은 해수면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얼음이 얇아지고 바다가 침식해오면 따뜻한 해수에 의해 얼음 녹는 속도가 지금 이상으로 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남극 서부 빙상은 세계에서 가장 지구 온난화 영향을 받기 쉬운 곳으로 간주한다.

이렇게 남극 서부 대부분은 해수면보다 낮은데 이 중 암반이 연속적으로 경사진 곳에 위치한 빙하가 바로 스웨이츠 빙하다. 이런 점에서 스웨이츠 빙하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빙하라고 말한다.

물론 아직까지 스웨이츠 빙하는 버티고 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얼음 선반 정면에 많은 얼음이 녹아버려 빙하는 계속 후퇴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륙과 얼음 접촉 부분. 따뜻한 바닷물이 얼음 하단까지 파고든 탓에 빙하와 대륙 위치는 점차 후퇴하고 있다. 1992년부터 30년 미만이지만 무려 14km나 대륙과 빙하가 접하는 위치가 후퇴한 것이다.

얼음이 해수에 위치하면 얼음 녹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녹은 얼음에 의해 해수면이 상승하는 건 물론이다. 또 대륙과 얼음 접점이 후퇴할수록 바닷물과 접하는 얼음 면적이 넓어지고 녹기 쉬워진다. 따라서 스웨이츠 빙하가 후퇴할수록 후퇴 속도도 가속된다.

스웨이츠 빙하에서 유출된 얼음량은 지난 30년간 2배로 늘었고 이미 녹는 속도 가속은 시작됐다. 전 세계 해수면 상승에서 차지하는 스웨이츠 빙하에서 녹아내린 얼음 비율은 4%에 이른다고 한다. 또 과학자들은 스웨이츠 빙하 관측을 계속하면서 맨해튼섬 3분의 2에 해당하는 커다란 구멍을 발견하고 이 구멍이 빙하 붕괴 속도를 높일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

스웨이츠 빙하가 붕괴하는 걸 피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지만 과학자들은 어떻게든 스웨이츠 빙하 붕괴를 지연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스웨이츠 빙하 붕괴에는 물론 몇 세기가 걸릴 것으로 보이며 해수 온도와 암반 구성 등 다양한 요인이 붕괴 속도에 관여하고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 스웨이츠 빙하 붕괴를 지연시키거나 중단시킬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도 있는 만큼 인간의 손으로 붕괴를 막으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만일 스웨이츠 빙하가 붕괴되면 전 세계 해수면은 0.5m 가량 상승한다고 한다. 남극 서부 거의 중앙에 위치한 스웨이츠 빙하가 붕괴하면 남극 서부 전체 얼음이 녹아버릴 가능성도 있다. 남극 서부 얼음이 모두 녹으면 해수면은 3m 상승한다. 3m가 상승하면 마이애미와 방글라데시 남부, 네덜란드와 뉴욕도 수몰되어 버린다. 스웨이츠 빙하에 대해선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 게 많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붕괴되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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