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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루트박스는 도박? 英 규제 나선다

게임 내 확률형 캐시 아이템(loot box)은 게임 업체 입장에선 상당한 수익원이 되어왔다. 실제로 EA는 지난 2019년 4분기에만 게임 내 소액 거래로 10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얻었다. 대부분은 피파19, 스타워드 배틀프론트2 같은 게임 내 확률형 캐시 아이템에 의한 것이었다. EA의 2019년 4분기 매출은 15억 9,000만 달러였지만 이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9억 9,300만 달러가 소액 거래를 하는 EA 라이브 서비스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가 아이들에 대한 게임 내 확률형 캐시 아이템에 대한 유혹, 미래 도박 중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결과 18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게임 내 확률형 캐시 아이템을 금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금은 게임 내 확률형 캐시 아이템은 도박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운에 맡겨 상품에 돈을 지불하는 건 도박 같은 행위지만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현실적인 금전적 가치가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카운터스트라이크 내 아이템 스킨은 1,000달러를 넘기는 것도 있다. 디지털 아이템에 가치가 없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 지난해 게임 내 확률형 캐시 아이템이 자녀에게 미칠 악영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DCMS는 게임 내 확률형 캐시 아이템을 도박으로 분류하고 규제를 하는 걸 권고하려는 것이다.

게임 내 확률형 캐시 아이템을 금지 혹은 제한하려는 흐름은 영국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다. 벨기에는 2018년 일찌감치 법으로 금지했다. 제품 판매 중단 위기에 처한 게임 판매사는 모두 벨기에 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게임에서 게임 내 확률형 캐시 아이템을 뺐다. 또 중국에선 당국이 게임 업체의 게임 내 확률형 캐시 아이템 드롭률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렇게 하면 게이머가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게임 내 확률형 캐시 아이템에 대한 지출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이런 대책이 아직 진행되지 않지만 앞으로 정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액티비전 블리자드, 애플 같은 대기업이 게임 개발사에 자사 플랫폼 내에서 전개하는 게임 내 확률형 캐시 아이템 항목 출현율을 밝히라고 요구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물론 영국에선 18세 미만 게이머에 대한 게임 내 확률형 캐시 아이템 판매를 금지해도 스킨 같은 디지털 아이템 자체를 개별적으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내 소액 거래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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