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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그랩스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소프트뱅크 산하 비전펀드는 반려견 산책 대행 스타트업인 왜그랩스(Wag Labs)에 기업가치 6.5억 달러로 평가하고 3억 달러를 투자, 지분 47%를 취득한 바 있다. 이후 임원 2명을 파견했지만 2년 가까이 지나도 부진한 상태가 이어졌고 지난해 12월 왜그 측에 보유 지분 절반을 매각한 데 이어 결국 주식을 모두 처분하게 됐다고 한다.

왜그랩스는 조슈아와 조나단 바이너(Joshua & Jonathan Viner) 형제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가수 머라이어 캐리, 올리비아 먼 등 유명 인사가 출자를 하면서 할리우드에서 반려견 산책 대행 앱으로 인기를 끌었고 미국 전역 100개 도시로 서비스를 넓혔다.

2018년 1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대형 출자에 나서면서 형제 대신 베테랑인 힐러리 슈나이더(Hilary Schneider)가 CEO로 취임한다. 2018년 중반 필리핀, 가을에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콜센터를 개설하는 등 확대를 계속했지만 지난해 초에는 고객 서비스를 맡던 할리우드힐즈 사무실을 폐쇄하고 직원을 대량 해고한 다음 인건비가 싼 징역으로 대응 창구를 이전했다. 임원진은 CEO와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스코나 실리콘밸리 인물로 대체되면서 초기 가졌던 할리우드 색은 점차 희미해졌다.

하지만 사람은 실리콘밸리로 바꿨다고 기술이 빠르게 바뀌는 건 아니다. 왜그랩스는 어디에나 있는 주문형 서비스 앱에 불과했고 슈나이더 CEO 역시 애완동물 관련 기술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 데 애를 먹었다. 미래에 이렇게 될 것이라는 기술 전망이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성장만을 말하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기술 부재 속에 왜그랩스는 2018년 초에는 23%이던 점유율이 16%로 하락했고 2019년 2분기에는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2% 가까이 떨어졌다. 기대했던 해외 진출도 부진을 겪으면서 미국 내 10개 도시 확대 정도로 끝난다. 반면 왜그랩스를 그만 둔 창업자 형제는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반년 뒤 투자펀드를 출범시켰고 지난해에는 전기 자전거 공유 서비스 휠스(Wheels)를 창업하기도 했다.

어쨌든 위워크 등에 이어 왜그랩스까지 문제를 겪으면서 소프트뱅크 입장에선 비전펀드의 투자 방식 등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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