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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에서 배우는 우주 개발 목표

화성 지표면 아래에 얼음이 존재한다는 발표와 다시 달에 인류를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 구상 등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를 비롯해 다양한 조직이 우주 탐험 관련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정보 과학자이자 프란시스코마로킨대학 명예교수인 닉 자보(Nick Szabo)가 현재 시점에서의 우주 개발 정책은 실패라며 대항해시대 중국과 포르투갈을 예로 들어 나사 같은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짚고 있다.

15세기 중국 명나라 3대 황제인 영락제가 명령을 내려 정화가 지휘하는 대규모 선단이 해외에 파견된다. 정화 선단의 목적은 무역 발전과 국가 정복이 아니라 명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강력한 제국이라는 점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15세기 정화가 지휘한 보선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지휘해 대서양을 횡단한 최대 범선인 산타마리아와 비교해 엄청난 규모를 지녔다. 보선의 전체 길이는 137m였고 폭은 56m였다. 정화 선단은 이 같은 대형 함선 62척에 모두 2만 7,800명으로 꾸려진 것이었다. 콜럼버스 함선은 250톤급 3척에 승무원은 88명에 불과했다.

정화 함선이 파견됐을 당시 명나라에서 활동하던 민간 상선은 우리나라와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가와 교역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화 선단은 상선과는 별도로 독자적 활동을 했다. 정화는 선단을 이끌고 아프리카까지 가서 황제의 영광을 과시하곤 재미 삼아 희귀 동물을 모으는 등 무역 확대와 유지 보수 같은 활동은 하지 않았다. 덕분에(?) 1414년 정화 선단 등은 아프리카에서 명나라로 기린 같은 걸 가져오기도 한다.

정화의 영광을 과시한 원정은 엄청난 비용 소요 뿐 아니라 명나라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지도 않았다. 거듭된 원정은 명나라에게 재정 압박으로 돌아왔다. 이후 정화에게 항해를 지시했던 영락제가 사망하고 원정으로 인한 재정 압박을 문제 삼던 명나라 4대 황제 인종의 명령으로 정화 선단과 민간 상선의 원정은 금지된다.

반면 명나랑네서 멀리 떨어진 유럽은 명나라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포르투갈은 지역마다 항해사와 투자자 지원을 받아 무역과 세금 등을 위해 타국 정복에 초점을 맞춘 항해를 시작했다.

포르투갈의 초기 정복은 지브롤터 해협 부근 아프리카 측에 위치한 세우타였다. 1414년 정화가 한창 원정을 하던 시절 포르투갈의 엔리케 왕자는 세우타를 점령했다. 이후 포르투갈은 마데이라와 아조레스 제도 같은 대서양 섬을 정복한다.

포르투갈은 각지를 방문할 때마다 교역소를 설치했다. 베네치아산 유리구슬이나 무기 같은 유럽 물건은 황금과 노예, 다양한 이국적 물건과 교환했다. 베네치아산 유리구슬은 많은 아프리카인에게 돈이나 보석과 똑같이 사용됐다고 한다.

명나라 황제가 바뀌면서 해외 교역이 금지되는 동안 포르투갈은 무역 거점을 아프리카 서해안으로 확장했다. 포르투갈은 더 남쪽으로 향하는 원정에 명나라처럼 거대한 선단이 아니라 작은 배를 파견했다. 또 투자자는 새로운 수익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항해로 새로운 투자를 하고 있었다.

포르투갈은 수많은 항해에서 얻은 경험과 유럽 각지 투자자로부터 모은 돈으로 당시로는 고급이던 대포를 비롯한 군사 기술을 이용해 중동과 아시아 주요 지역에서 잇달아 무역을 한다. 유럽산과 아시아의 이국적 특산품과 교환하는 거래는 당시 수익성이 상당히 좋은 거래였다. 16세기 초반까지 포르투갈은 전 세계 주요 도시와 무역 경로를 설정했다. 막대한 부와 선진 뭄물, 거대한 배를 보유했던 명나라가 아니라 작은 국가에서 작은 배를 갖고 있을 뿐이던 포르투갈은 교역소와 식민지를 꾸준히 늘려 제국을 쌓아간 것이다. 물론 이후에는 다른 유럽 국가도 포르투갈의 뒤를 잇는다. 어쨌든 16세기 중반까지 포르투갈의 교역 범위는 상당했다. 명나라도 아프리카 서해안과 유럽에 교역소를 설치하기 위한 항해를 다시 계획했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이 같은 역사를 바탕으로 우주 개척을 말하자면 대항해시대 중국과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건 현재의 서양 국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폴로계획은 영광과 한 덩어리일 뿐 아무 것도 얻은 건 없다. 아폴로 계획을 따르는 우주 개발은 군사나 상업 분야보다 정부의 힘과 영광을 과시하는 대항해시대 명나라와 같은 우주 개척이라는 지적이다.

나사의 이전 우주왕복선은 1회당 3,600만 달러로 운항할 수 있었고 2000년까지 화성에 기지를 건설하는 걸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우주왕복선의 비행 비용은 회당 15억 달러가 됐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예정하던 가격보다 40배 이상이다. 1980년대 초 발표된 우주정거장도 10년 안에 완료 예정이었지만 첫 국제우주정거장이 발사된 건 1998년이다. 어떤 계획도 초기 발표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달과 화성 기지에 대한 계획도 대항해시대 중국과 같은 무용지물이며 군사 혹은 상업성을 고려한 현실적 전망을 갖고 있지 않다. 나사는 로켓 기술 선구자인 베르너 폰 브라운이 60년간 그려온 우주정거장이나 기지 등 SF영화에 나올 갓 같은 기술에 집착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 시나리오 실현은 정부가 거액의 자금을 써서 자국의 힘을 과시하려는 목적 외에는 거의 실용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우주 개발 중에서도 통신과 모니터링을 위해 사용하는 위성 개발은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군사 상업 목적을 한 기술 개발이라는 측면이 있다. 실용 위성 개발은 대항해시대 포르투갈을 비롯한 성공한 탐험가와 개척자의 약진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영광을 강조하기 위해 정화와 나사의 공통적 스타일은 작은 포르투갈이 전 세계 바다를 재패한 군사적 방식과는 대조적이다. 우주 개발과 같은 아직 못 가본 영역에 대한 개척과 개발 방법으론 정화와 나사의 방식은 실패라는 얘기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 상업적 군사적 환경적 이익을 위해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곧 태양계를 탐구하고 우주 개발을 발전시키는 선구자가 될 것이라는 조언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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