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하이테크 기업은 일부 지역에 밀집해있다. 이 같은 현상의 장단점은 어떤 게 있을까.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경제학 교수인 엔리코 모레티는 1971년부터 2007년 사이 제출된 컴퓨터 과학, 반도체, 생물학·화학 3가지 분야에서 특허 중 각각 70, 79, 59%는 특허 기업이 많은 상위 10개 도시에서 배출됐다고 지적한다. 하이테크 기업이 몇몇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2007년 특허 기업이 입지한 도시권 순위를 보면 컴퓨터 과학 분야에선 캘리포니아 산호세,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3개 도시가 전체 중 26.2%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서 뉴욕 뉴왁 브리지 포트 9.1%, 시애틀 타코마 올림피아 8.4%, 오스틴 라운드록 6%, 보스턴 우스터 맨체스터 4.8%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컴퓨터 과학에서 1, 2위를 차지한 산호세,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와 뉴욕 뉴왁 브리지 포트가 각각 25.5%, 14.9%를 차지했다. 생물학·화학 분야에서도 뉴욕 뉴왁 브리지 포트 11.4%, 산호세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11.2%가 상위를 독점하고 있다.
특허 기업이 특정 도시에 치우치는 건 단순히 첨단 기술 기업이 같은 도시에 있다는 것 뿐 아니라 서로 영향을 서로 줘서 생산성이 크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모레티 부교수는 시애틀에 본사를 둔 마이크로소프트의 존재가 시애틀 PC 관련 기업의 생산성을 8% 끌어올리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한편 사진 용품 제조사로 융성했던 코닥이 쇠퇴한 것으로 회사 본거지인 뉴욕 로체스터 생산성은 20∼32%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하이테크 기업이 동일 지역에 집중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생겨나고 있다는 견해를 나타낸 것이다.
한편 하이테크 기업이 밀집해버리면 임대료 상승에 의한 격차 확대와 공동화를 초래한다. 위에서 예를 든 3가지 중 모두 상위에 이름을 올린 샌프란시스코는 주택 가격 평균이 146만 달러를 넘겨 미국 서부에서 2번째로 집값이 높은 LA보다 2배 이상이나 된다. 따라서 샌프란시스코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에서 연간 유출자가 유입자를 3만 8,000명을 웃돌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이테크 기업 편재와 생산성의 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모레티 부교수는 하이테크 기업이 미국 주요 도시에 고르게 배치된 경우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그 결과 미국 하위 25% 도시에선 생산성이 27% 향상된 반면 상위 5% 도시에선 생산성이 15% 줄었고 미국 전체로 보면 생산성이 11% 감소했다고 한다.
이런 분석 결과를 보면 하이테크 기업의 밀집은 미국 경제에 이익을 내긴 했지만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 버린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이테크 기업 집중에 의한 이익과 지역간 평등은 이율배반적 관계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