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지금은 파괴됐지만 한때 우크라이나 도시 마리우폴(Mariupol)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구 소련 시대 컴퓨터 콜렉션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드미트리 체르파노프(Dmitriy Cherepanov)라는 남성이 구 소련 시대 만들어진 PC 콜렉션을 모아 클럽8비트(Club8-bit)라는 작은 박물관을 연 것으로 파괴 전 콜렉션 수는 120개에 이른다.
구 소련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인기 있던 제품은 서양에서 익숙하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모두 매킨토시II 같은 그리움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체르파노프는 이런 컴퓨터 수집과 수리를 이미 10년 넘게 계속 해왔다. 그의 PC 박물관은 1980년대 PC 혁명을 돌아보는 매력적인 곳이기도 하다. 그는 클럽8비트가 마치 오래된 PC의 요양시설 같은 곳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아타리와 ZX스펙트럼스(ZX Spectrums) 같은 제품으로 게임을 갖고 놀면서 세상이 컴퓨터를 중심으로 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처음에는 3∼5개 가량을 모아서 시작했지만 방에 들어갈 수 없게 늘어나자 박물관을 열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소장품은 영국제 ZX스펙트럼스가 많다. 이는 구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에서 널리 팔렸기 때문. 단순한 메커니즘으로 스스로 조립이 가능한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였다고 한다.
구 소련 시대에는 ‘Kvorum’이나 ‘Robik’ 등 다양한 PC가 제조됐다고 한다. 청색이나 갈색, 남색 등 PC에선 보기 드문 색상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86RK는 당시 가장 구입하기 쉬운 모델이었다고 한다. 체르파노프가 처음 소유했던 것도 이 PC라고 한다.
키예프에서 제조한 포이스크(Poisk)는 IBM XT의 복제품 같은 PC지만 구 소련 전역에 보급됐고 학교 교육에 이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구형 PC는 귀중한 금속을 대량으로 이용한 머신이었기 때문에 90년대 후반에는 금속 사냥꾼이 이를 팔거나 부수는 탓에 오래된 PC가 격감했다고 한다. 체르파노프는 그럼에도 매매를 계속 해 콜렉션을 늘려갔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소리를 듣고 기부를 해주는 사람도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전쟁으로 인해 이들 콜렉션은 다시 만나볼 수 없게 됐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