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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애플·디즈니 합병했을지도?

얼마 전 월트디즈니컴퍼니 회장인 밥 아이거 CEO가 애플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그가 애플 이사가 된 건 애플 공동 설립자인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직후인 2011년 11월이었다. 밥 아이거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잡스가 지금도 살아 있었다면 애플과 디즈니가 합병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디즈니가 90년대 픽사와 영화를 공동 제작,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이후 픽사의 최대주주였던 잡스와 디즈니의 관계는 깊어졌다. 하지만 밥 아이거의 전임자였던 마이클 아이스너는 잡스와 성격이 맞지 않았고 2004년 잡스는 디즈니와 다시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등 양사의 관계는 악화된다.

하지만 2005년 아이스너가 실적 악화를 이유로 주주총회에서 불신임을 당해 사임했고 당시 COO였던 밥 아이거가 CEO로 임명된다. 그는 CEO가 되면서 잡스에 직접 전화해 대화를 나눴고 디즈니와 픽사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다.

밥 아이거는 이후 잡스와 친분을 쌓았다. 그는 디즈니의 픽사 인수라는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잡스에게 직접 연락해 타진할 수 있었던 것도 잡스와의 친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하면서 잡스는 디즈니의 최대 주주 겸 이사가 됐다.

이런 잡스가 2011년 10월 사망한 것에 대해 밥 아이거는 회고록(The Ride of a Lifetime : Lessons Learned from 15 Years as CEO of the Walt Disney Company)에서 잡스가 죽은 이후 디즈니가 성공을 거둔 걸 생각하면 스티브 잡스가 여기에 있어 줬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었다고 밝혔다. 머릿속에서 잡스와 대화를 하는 게 현실이 되어 준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것. 만일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우린 회사를 통합했거나 적어도 그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했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디즈니의 실적이 좋지 않았을 당시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은 업계에 돈 적이 있다. 실제로 인수를 검토했는지 여부에 대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밥 아이거 CEO는 애플과 디즈니의 합병에 대한 양측이 실제로 어디까지 얘기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지만 회고록에 따르면 그의 경영 전략으로 실제고 검토됐다는 것이다.

2019년 현재 디즈니는 자체 스트리밍 영상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Disney +)를, 애플은 애플TV 플러스(Apple TV +)를 출시했다. 밥 아이거가 9월 10일 애플 이사를 사임한 건 스트리밍 영상 서비스라는 같은 판에서 경쟁 기업이 됐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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