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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11, 이 키트 하나면 하이브리드로…

포르쉐 911은 지난 1963년 초대 모델 등장 이후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런 포스쉐 911 역시 시대의 흐름을 거역하지는 못한다. 현재 독일 슈투트가르트 포르쉐 본사에선 현행 모델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사양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런데 포르쉐보다 먼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작은 스타트업이 포르쉐 911의 하이브리드화에 성공했다고 한다. 더구나 2∼3년 뒤에나 나올 정식 하이브리드와 달리 현재 보유한 포르쉐 911을 교체할 필요도 없다. 보넨(Vonnen)이라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시스템을 설치하면 기존 포르쉐 911을 하이브리드화할 수 있다.

보넨의 셰도우 드라이브(SHADOW DRIVE) 시스템은 기존 포르쉐 911에 모터와 배터리, 제어장치와 인버터를 추가해 최고 출력 150마력, 최대 토크 20.7kgm을 발휘해 구동력을 끌어올린다. 피자 박스 형태로 생긴 전기 모터는 포르쉐 911 차체 후방에 탑재한 수평 6기통 엔진과 전방에 위치한 변속기 사이에 끼우는 형태다. 유닛 폭은 25mm 밖에 안 되지만 기존 포르쉐 911 섀시에 밀어 넣으려면 변속기를 그만큼 앞으로 옮겨야 한다. 대신 스타터 모터와 플라이휠은 필요하지 않아 제거하게 된다.

포르쉐가 직접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 모델에도 배치될 것으로 보이지만 보넨이 개발한 건 구형보다 변속기 길이가 100mm 짧아진다. 처음부터 여기에 모터를 통합할 걸 전제로 설계했다는 얘기다.

배터리팩은 후드에 탑재한다. 인버터는 뒷좌석 후방에 배치한다. 뒷면 창을 통해 보이는 인버터 케이스는 밖에서 보면 보넨 하이브리드 포르쉐 911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유일한 식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주위에 비밀로 하고 싶다면 다른 위치로 바꿀 수도 있다.

다른 모터와 배터리 냉각장치를 추가해 전체 시스템 무게는 95kg이 되지만 스타터 모터와 플라이휠을 빼기 때문에 실질적 중량 증가는 77kg 정도다. 조수석에 사람을 태운 정도 차이지만 성능 향상은 이를 보완하고도 남는다.

차량 내에는 개조 흔적은 전혀 없다. 스트리트, 스포츠, 오버부스트 3가지 모드를 지원하며 전환은 차량 제어 장치와 블루투스로 연동한 스마트폰 전용 앱을 통해 이뤄진다. 선택 모드에 따라 모터 어시스트 방법도 달라진다. 앱 화면을 보면 파워와 토크가 얼마나 향상됐는지 수치와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보넨에 따르면 셰도우 드라이브는 연식이나 등급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포르쉐 911에 장착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낡은 포르쉐 911 엔진 자체에 부담을 줄 필요 없이 상당한 파워업을 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한 비용은 7만 5,000달러로 저렴하지 않다. 모터를 탑재해도 전기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건 아니며 연비 향상을 그다지 기대할 수준은 아니다. 이보다 이 시스템의 목적은 포르쉐 911을 단지 더 빠르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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