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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는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까

현대 사회에서 전기를 동력으로 삼는 전기 제품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생황을 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평소에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PC, TV, 냉장고, 에어컨, 전자레인지, 세탁기 같은 전자 제품에선 전자파가 방출된다. 이런 전자파는 과연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까.

전기는 전하 움직임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을 말한다. 전하 움직임이 전기장이나 자기장을 발생시켜 에너지를 운반한다. 이 현상을 전자파라고 한다.

전자파는 전자기 스펙트럼 차이로 다양한 종류로 변화한다. 감마선이나 엑스선 같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부터 자외선이나 가시광선까지. 적외선이나 전자레인지에 이용하는 마이크로파나 라디오에서 사용하는 전파 같은 것도 모두 전자파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가시광선 다음 장파는 주로 인간이 이용하는 기술에 쓰이는 전자파이며 휴대전화나 공유기, 전선, 가전제품과 모든 것에서 나온다. 이런 기기가 발하는 전자파가 인체 분자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종의 전자파는 근육과 신경을 자극하고 머리를 진동시킬 수 있다.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음식 속에 포함된 수분을 격렬하게 진동시켜 음식을 따뜻하게 해준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인간에게도 일어난다. 해변에서 태양을 받아 따뜻함을 느끼고 뜨거워지는 건 태양에서 나오는 적외선, 전자레인지 속 음식과 같은 현상을 피부에서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전자파는 무해하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삶에 너무 많은 전자파를 방출하는 물건이 폭증했다. 1979년 고압선 근처에 사는 소년이 백혈병에 걸리고 여기에서 전자파와 백혈병을 접목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논문에선 백혈병과 전자파의 직접적인 관계를 설명할 수 없었지만 이런 아이디어가 등장하면서 전자파의 위험을 호소하는 수천 개에 이르는 연구가 공개된다.

많은 이들이 휴대전화나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에 민감하다고 주장하고 두통과 메스꺼움, 피부 반응, 피로 등을 호소한다. 이런 증상은 매일 보고되기 때문에 별거 아니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선 훨씬 더 불안해지는 결과도 나와 있다. 예를 들어 전화를 항상 한쪽 귀로 이용한 사람의 뇌에서 종양을 발견했다는 것 같은 것이다. 전자파 중에서도 높은 에너지와 낮은 에너지는 다른 효과를 가진다. 엑스선은 세포 DNA에 즉시 손상을 주지만 라디오 등에서 이용하는 전파는 이런 영향이 없다. 그렇다면 낮은 에너지 전자파라면 장기적으로 계속 받아도 인체에 악영향은 없을까.

이는 답하기 쉽지 않다. 전자파에 관한 연구가 수천 건에 달하지만 전자파 관련 연구 대부분은 자기 신고에 따른 인구 조사로 이뤄져 있는 식이다. 조사에서 뇌종양 환자에 대해 지난 몇 년간 휴대 전화를 얼마나 써왔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고 한다. 문제가 되는 건 어디까지나 자기 신고에 따른 조사이며 인간은 사물을 오해하기 십상이고 쉽게 영향을 받아 답변을 신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연구와 언론 보도가 전하고 싶은 건 가장 적합한 조사 결과를 인용하거나 과격한 제목을 붙이는 형태로 나온다.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암을 일으키는지 여부를 조서한 연구의 경우 생쥐에서 암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연구는 휴대전화 전자파가 암을 일으키는… 식으로 공개됐다. 또 다른 안타까운 사례는 세계보건기구 WHO가 공식적으로 휴대전화 등에서 이용하는 무선 주파수에 발암성이 있을지 모른다는 분류를 한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데이터가 일부 있다고 말한 것이지 무선 주파수가 암을 일으키는 게 입증된 건 결코 아니다.

아직까지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일관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전자파와 전자파 영향을 지적하는 연구는 다수 존재히지만 조금씩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며 영상은 PC나 휴대전화, TV 등 가전제품에서 방출되는 전자파에 대해선 걱정할 건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기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연구에 따르면 전자파 영향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 영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두통이 발생했는데 PC 전원을 끈 뒤 기분이 좋아졌다는 식으로 경험을 한 사람은 전자파와 두통을 연결해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의심으로 인체에 악영향을 일으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다는 착각 탓에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시점에선 안전 한계 이하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확고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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