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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노스보다 위험한 지구의 현재

최근 개봉한 영화 어벤저스 앤드게임의 전작인 인피니티 워를 보면 타노스가 우주의 생명 중 절반을 소멸시켜버린다.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은 다음 손가락을 퉁겨 전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날려버리는 것이다. 만일 실제로 지구 생명체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같은 무차별 말살이 생태계의 재앙을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위험한 상태에 처한 종이라면 멸종으로 몰려 상당한 생태계 혼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지워버린 건 전 인류의 절반 뿐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 균을 포함한다. 이 대학살의 원래 목적은 우주의 생명을 절반으로 줄여 남은 인구가 충분한 자원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타노스의 고향이 타이탄이 인구 과잉과 식량난 같은 위기 탓에 붕괴했다는 배경이 자리잡는다.

이는 다른 형태의 대량 학살이었던 6,600만 년 전 공룡 멸종을 떠올리게 한다. 전문가는 타노스의 방안이 많은 면에서 끔찍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인류는 역사에서 알 수 있듯 비약적인 인구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 1960년대 인구는 30억 명이었지만 40년이 지난 2000년에는 30억 명이 다시 늘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을 없애도 40년 뒤에는 다시 제자리가 될 것이다.

이 같은 원리는 대부분 동물에도 해당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물개와 고래 등 다른 동물을 포획하기 시작한 인류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서자마자 개체수 절반을 사냥해버렸다. 대부분 개체수가 반감하면 해당 동물의 증가율은 적어도 환경을 유지할 수 없게 도달할 때까지 최대가 될 것이다.

다른 의견으로는 생존 전략에 따라 종의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자손 수가 많고 육아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 번식력이 강한 동물은 반대인 동물을 없앨 수 있게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곤충 뿐 아니라 캥거루 쥐나 토끼처럼 번식 속도가 빠른 생물은 잘 지낼 수 있다. 개구리는 한 번에 2만 개 가량 알을 낳는다. 개체수는 1년 정도면 충분히 복구된다. 모기 역시 한여름에 제 숫자로 되돌아갈 것이다.

반면 호랑이 등 성장에 시간이 걸리는 동물은 비교적 느린 속도로 개체수를 늘린다. 이런 점에선 이미 많이 죽인 호랑이 개체수가 반감한다면 예전부터 문제가 되던 멸종에 가깝게 될 것이다.

아예 살아남을 수 없는 생물도 있을지 모른다. 멸종 위기종이 그렇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오지에 서식하는 모래 고양이는 절반이 사라지면 번식할 상대방을 찾는 일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대자연에 남겨진 자와 코뿔소나 하이난 긴팔원숭이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번식 기회가 적을 뿐 아니라 반감되면서 이런 동물은 근친 교배나 기상 악화, 사냥과 밀렵에 더 취약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희귀종은 더 희귀하게 되어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고 단순화된 지구 생태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사자와 기린 같은 포식자나 벌이나 꽃처럼 공생 관계는 정상적이지 않게 될 수 있다. 이 같은 복잡한 상호 관계는 양쪽 종의 사이클에서 비롯된다. 생태계의 균형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생물의 경우에도 체내 구성도 달라질 수 있고 다른 세균에 억제되어 있던 박테리아 성장을 막지 못해 섬세한 장내 세균 균형이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또 영양을 순환시키는 토양 미생물과 땅이나 마다에 있는 질소를 고정시켜주는 미생물 중 절반이 갑자기 없어지면 그리고 이를 복구하지 못한다면 식물을 비롯한 영양분에 의존하는 생물의 생명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론 타노스의 손가락보다 과거 큰 천체 충돌과 긴 기간에 걸친 화산 폭발, 급격한 기후 변화는 진짜 지구에 치명적이 될 수 있다. 화산 활동이 유발한 기후 변화에 기인해 지난 2억 5,200만 년 전 대량 멸종이 발생했고 전체 해양 생물 중 96%가 사멸한 바 있다. 생물이 거의 안전히 멸종했던 것이다. 전 세계는 브레이크 없는 환경오염과 악화, 급속하면서도 인위적인 기후 변화 등으로 생물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 산호에서 양서류까지 수많은 생물이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타노스가 일으킨 재앙은 인류가 지금 스스로 일으키는 것보다 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현재 처한 생물 다양성 위기로 동물 개체수 대부분은 인간 활동 탓에 잔혹하게 멸종의 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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