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엔진이나 SNS 등 편리한 기술이 발달하는 가운데 기술에 너무 의존하면 뇌를 사용하지 않게 되어 인지기능이 저하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50세 이상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연구에서는 스마트폰이나 SNS 같은 기술을 사용하는 고령자일수록 인지증이나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낮다는 게 나타났다.
청년기 컴퓨터나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기술이 보급된 세대도 기사 작성 시점에서는 50~60대에 접어들어 인지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학자는 디지털 기술 사용과 인지증 위험 증가에 관련성이 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여러 사항이나 단어에 대해 모르는 게 있어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바로 답을 얻을 수 있다. 또 SNS나 동영상 사이트를 보면 언제든지 다양한 콘텐츠가 흘러들어와 쉽게 자극이나 쾌락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런 기술에 의존한 상태가 계속되면 인지 능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 베일러 대학에서 심리학 및 신경과학 부교수를 맡고 있는 마이클 스칼린은 텍사스 대학 오스틴 캠퍼스 신경심리학자인 자레드 벤지 박사 연구팀과 함께 50세 이상 중장년 41만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57건에 이르는 선행 연구 데이터를 분석해 디지털 기술 사용과 인지증이나 인지기능 저하에 관한 관련성을 조사했다.
통계 분석 결과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은 인지장애 위험이 58% 낮다는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또 기술을 사용하는 50세 이상 사람은 시간 경과와 함께 발생하는 인지기능 저하율이 26~34%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관련성을 조사한 것이며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보여준 건 아니다. 또 대상이 된 각 연구에서는 다른 접근법이 사용됐으며 기술 사용으로 스마트폰에 주목한 것도 있고 SNS 사용에 주목한 것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 사용과 인지기능 저하 위험 경감 간 관련성은 직업, 교육, 사회경제적 지위와 같은 요인을 고려해도 유지된 것으로 보고됐다.
기술이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으로는 사회적 연결 유지에 기술이 도움이 되고 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화상 통화나 이메일, 메시징 앱 같은 기술은 커뮤니케이션이나 참여를 촉진하기 때문에 고령자가 사회나 가족과 연결되도록 지원해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줄여준다는 것.
또 인지증 진단은 인지 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경우에 내려지지만 스마트폰이나 PC 리마인더 기능, GPS 내비게이션, 온라인 뱅킹과 같은 기술로 인해 고령자 인지 기능이 다소 저하되어도 자립해서 살기 쉬워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기술이 담당하는 이 역할을 디지털 스캐폴딩(Digital scaffolding)이라고 부르고 있다.
연구팀은 일부가 두려워했던 디지털 치매를 일으키기는커녕 교육, 수입, 신체적 건강을 고려한 뒤에도 기술 참여는 일관되게 뇌 건강 개선과 관련이 있었다며 이번 데이터는 인지적 문제에 도전하고 연결하고 보완하는 걸 지원하는 방식으로 고령자에게 기술과의 관계를 권장하는 게 인지적 건강을 촉진하는 강력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기술로부터 멀어져 있는 부모나 조부모가 있다면 다시한번 검토해 보는 게 어떻겠냐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사진이나 메시지, 캘린더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서 인내심을 갖고 가르쳐 줄 것을 조언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