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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정부, 살인 예측 시스템 비밀리에 개발 중

영국 법무부가 살인범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특정하기 위한 살인 예측 시스템을 극비리에 개발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 스테이트워치(Statewatch)는 이 프로젝트가 2023년 1월 당시 리시 수낙 정부 아래에서 살인 예측 프로젝트(Homicide Prediction Project)라는 이름으로 시작됐으며 향후 누가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지를 예측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 존재는 스테이트워치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여러 공식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해당 문서에는 법무부 데이터 보호 영향 평가서, 내부 위험 평가서, 그리고 그레이터 맨체스터 경찰과의 데이터 공유 협약서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살인 예측 프로젝트는 영국 형사사법제도에서 사용되고 있는 범죄자 위험 평가 시스템(OASys)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로 데이터 과학 기법을 활용해 살인 위험 평가 정확도를 높이는 게 목적이다. 이 개발 과정에는 최대 50만 명에 달하는 개인 정보가 활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법무부 대변인은 살인 예측 프로젝트는 연구 목적으로만 수행되고 있으며 교정 및 보호관찰 서비스와 경찰이 보유한 유죄 판결 전력이 있는 범죄자 데이터를 이용해 보호관찰 중인 인물의 중대한 폭력 범죄 발생 위험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테이트워치 측에 따르면 해당 데이터에는 범죄의 피의자뿐 아니라 피해자, 목격자, 실종자, 보호 대상자 등 정보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건강 지표(health markers)로 불리는 정신 건강, 중독, 자해, 자살, 장애 관련 데이터가 중요한 예측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는 점도 드러났다.

스테이트워치 연구원 소피아 라이얼은 살인 예측 프로젝트는 정부가 범죄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시도로 냉혹하고 디스토피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영국 법무부가 발표한 과거 연구(PDF)에서는 이와 유사한 알고리즘이 백인에게는 높은 정확도를 보였지만 아시아계, 흑인, 혼혈 인물에게는 예측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보고된 바 있다. 스테이트워치는 이번 시스템 역시 무죄 추정 원칙과 기본적 인권에 반하는 차별적 도구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시스템에 자원을 투입하는 건 지원과 복지 강화 같은 근본적인 안전 정책과는 반대되는 방향이라며 기술에만 의존한 안이한 해결책은 오히려 사회 안전과 복지를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원래 살인 예측 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불렸지만 이후 위험 평가 향상을 위한 데이터 공유(sharing data to improve risk assessment)라는 보다 중립적인 표현으로 명칭이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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