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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회상한 마이크로소프트 첫 제품 개발 시절

4월 4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걸 기념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첫 제품을 만들어낸 때의 일을 회상해 눈길을 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창립되기 조금 전인 1975년 1월 미국 전자공학계 잡지인 파퓰러일렉트로닉스(Popular Electronics) 표지에 개인용 컴퓨터인 알테어 8800(Altair 8800)이 게재됐다. 당시는 아직 개인이 컴퓨터를 갖는다는 개념이 일반적이지 않았지만 이걸 본 게이츠와 폴 앨런은 PC 혁명은 급속히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흐름에 올라타려 했다. 게이츠와 앨런은 알테어 8800을 개발한 MITS(Micro Instrumentation and Telemetry Systems) 창업자인 에드 로버츠에게 접촉해 알테어 8800 칩을 위한 BASIC 인터프리터가 있다고 판매를 시도했다.

BASIC은 1964년 개발된 프로그래밍 언어로 컴퓨터 경험이 적은 사람도 학습이 쉬우며 비교적 간단하게 소프트웨어 코드를 작성할 수 있어 널리 사용됐다. 실제로 게이츠와 앨런이 처음 학습한 프로그래밍 언어도 BASIC이었다고 하지만 BASIC에는 컴퓨터 자체는 BASIC을 이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컴퓨터 내부에서는 더 복잡한 언어가 사용되고 있어 BASIC과 컴퓨터 다리 역할을 하고 코드를 실행하는 것으로 인터프리터가 필요하게 된다. 게이츠와 앨런이 판매한 건 알테어 8800에서 BASIC으로 작성된 코드를 실행하는 인터프리터였다. 문제는 두 사람이 MITS에 판매를 시도한 단계에서는 아직 알테어 8800용 BASIC 인터프리터를 개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같은 해 3월 로버츠에게 데모를 보여주기로 약속했지만 그 시점에는 알테어 8800에 사용된 프로세서인 인텔 8080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앨런이 하버드 대학 연구실에 있던 메인프레임 PDP-10에서 알테어 8800 시뮬레이션용 코드를 작성하고 게이츠가 메인 코드를 작성하는 식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이때 게이츠는 같은 학급 몬티 데이비도프에게 부동 소수점 연산 루틴을 작성해 달라고 했다.

또 알테어 8800용 BASIC 인터프리터 개발에서의 장애 중 하나로 부상한 건 당시 컴퓨터 메모리는 너무 비싸서 알테어 8800에 추가 메모리를 장착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BASIC 인터프리터에 주어진 단 4킬로바이트에 모든 코드를 담기 위해 데이터 구조 컴팩트화와 알고리즘 효율화 등 다양한 기술과 최적화를 했다고 한다. 게이츠는 당시를 회상하며 즐거운 도전이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스트레스가 쌓였다고 한다.

2개월에 걸쳐 주야를 가리지 않고 개발 작업을 계속해 마침내 존재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코드가 완성됐다. 이 코드는 알테어 BASIC이라고 명명됐고 로버츠 앞에서의 데모가 멋지게 성공하며 배포가 결정됐다. 당시에는 아직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사명은 없었지만 이게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첫 제품이 됐다.

한편 폴은 MITS 본사가 있는 뉴멕시코주 앨버커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알테어 BASIC 마지막 코드를 완성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지난 2월 4일 발매된 게이츠의 회고록(Source Code: My Beginnings)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까지 모바일 기기 전개나 윈도 8 등으로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이로 인해 거액의 손실을 입어왔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새로운 것에 대한 진지한 도전이 중요했다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응용과학 그룹 책임자인 스티븐 바티시는 자사는 변화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아직 존재하고 있으며 사물을 이끌고 있는 것이라며 이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진수이며 급속히 변화하는 업계에서는 자사 같은 오래된 회사에게는 독특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양한 실패가 이후 제품에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음성 어시스턴트 코타나(Cortana)나 윈도폰은 큰 실패가 됐지만 이런 제품에서 배양된 기술은 서피스 프로 X나 윈도에서의 초기 AI 경험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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