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모래로 태양전지 모듈 만들면…

달 표면에 쌓인 미세한 모래는 레골리스라 불리며 달 표면에서 귀중한 산소 추출원이나 콘크리트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독일 연구팀이 이런 레골리스를 이용해 태양전지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달에서 장기적인 탐사를 하거나 달 기지를 건설할 때 피할 수 없는 것이 다양한 장비와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 문제다. 지금까지 달 표면에서의 에너지 대부분은 지구에서 운반된 태양전지로 생성됐지만 대규모 탐사 활동이나 정착 활동을 유지할 만한 태양전지를 수송하는 데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포츠담 대학 연구팀은 현재 우주에서 사용되는 태양전지는 놀라운 것으로 효율이 30~40%에 달하지만 그 효율성에는 대가가 따른다며 이런 태양전지는 비싸고 유리나 두꺼운 박을 커버로 사용하기 때문에 비교적 무거워디며 이런 태양전지를 모두 우주 공간에 수송하는 걸 정당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연구팀은 지구에서 태양전지를 가져오는 대신 달에 있는 레골리스를 재료로 태양전지 모듈을 현지 제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구체적으로는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라는 결정 구조를 이용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 이를 보호하는 유리로 구성된 태양전지 모듈 중에서 유리를 달 레골리스로 만든 문글라스(Moon glass)로 대체하는 것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자체는 가볍고 유연성이 있으며 태양광을 높은 효율로 전기로 변환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는 달 표면에 있는 강한 방사선이나 미소 운석으로부터 보호되지 않는다. 그래서 달 표면에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운용하려면 유리 등으로 표면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달 레골리스로 태양전지 모듈 유리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실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레골리스를 모방한 물질을 사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레골리스에서 문글라스를 만들 때는 복잡한 정제 과정이 필요 없고 태양광을 집중시켜 고온으로 레골리스를 녹이기만 하면 유리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들어진 문글라스를 이용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모듈 제조에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달 고지 지형에 보이는 중금속 산화물 함유량이 낮은 레골리스를 재현한 TUBS-T와 저지 지형에 보이는 중금속 산화물 함유량이 많은 레골리스를 재현한 TUBS-M으로 나뉜다. 이번 연구에서는 더 색이 연하고 빛을 통과시키기 쉬운 TUBS-T로 만든 문글라스가 태양전지 모듈 제조에 사용됐다.

지구에서 만든 일반 유리는 달 표면에 배치되면 강력한 우주선에 의해 점차 갈색으로 변하므로 점차 태양광 투과율이 낮아져 태양전지 효율이 저하된다. 반면 문글라스는 레골리스에 포함된 불순물 때문에 처음부터 갈색이라 더 이상 갈색으로 변하기 어렵고 우주선에 대한 내성도 높다고 한다.

문글라스로 만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모듈은 유리 두께와 태양전지 조성을 미세 조정해 10% 변환 효율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는 지구에서 만든 태양전지보다 크게 낮은 효율이지만 문글라스를 달 표면에서 제조해 태양전지 제조에 필요한 발사 중량이 99.4% 줄고 수송 비용도 99% 절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구에서 우주로 발사하는 중량 1g당 발전량은 최대 100배에 달한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연구팀은 중량을 99% 절감할 수 있다면 발전 효율이 30%인 초고효율 태양전지는 필요 없다며 단지 달 표면에서 많이 만들면 그만이며 또 다른 태양전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열화되지만 이번 태양전지는 방사선에 대해 더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망하지만 지구와는 다른 저중력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로 레골리스에서 문글라스를 만들 수 있는지는 불명확하고 페로브스카이트 가공에 사용되는 용제가 진공에 노출되면 열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달 밤낮에서 보이는 극단적인 온도차로 인해 재료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해 태양전지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등 다양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이에 연구팀은 실제로 달 표면에서 태양전지 제조를 테스트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팀은 연료용 물 추출부터 달의 벽돌로 집을 짓는 것까지 과학자는 달 모래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왔다며 이제는 그것을 태양전지로 변환할 수도 있으며 이를 통해 미래 달 도시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