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원 기자
중국은 미국 및 동맹국과의 정치적・경제적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다양한 산업에 중요한 희귀금속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다양한 희귀금속 주요 산출국으로서 10월 1일부터 희토류 관리조례를 시행했다. 이는 희귀금속 중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등 17개 원소를 지칭하는 희토류에 대해 중국 수출업자에게 서구 공급망에서 어떻게 유통되는지 추적하고 당국에 보고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는 어떤 해외 기업이 중국산 희토류를 획득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 9월 15일부터는 중국 상무부가 합금과 반도체, 태양전지, 군용 폭발물 등에 사용되는 안티모니 수출 제한을 시작했다. 2023년에는 반도체에 필요한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에도 규제가 부과됐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 중국은 희귀금속 수출 규제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국가안전보장 당국은 희토류 채굴과 정제를 국가기밀로 규정하고 있으며 9월에는 국가안전부가 희토류 업계 매니저 2명에 대해 외국인에게 기밀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11년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규제에 대해 미국 정부는 중국이 주요 중요 광물 가공과 정제 시장을 독점해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를 공급망 충격에 취약하게 만들고 경제와 국가안보를 훼손하고 있다고 9월 성명에서 밝혔다.
또 런던 컨설팅 회사(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 중요 광물 제품 디렉터는 희귀금속 공급 중단 리스크를 시장에 매달려 있는 다모클레스의 검이라 칭하며 중국이 언제든지 공급망을 공격할 수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보도에선 이런 물질은 인공지능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간 광범위한 전장이라며 양측 모두 자국이 생산하는 부품에 수출규제를 부과하는 한편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과 함께 국내외에서 공급망을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산 희토류는 F-35 스텔스 전투기와 풍력 터빈, 전기자동차 모터, 카메라 렌즈, 가솔린 차량의 촉매 변환기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클린에너지의 확대에 따라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중요한 희토류 중 하나가 450g당 100달러 이상에 거래되는 디스프로슘이다. 디스프로슘은 주로 전기자동차에 탑재되는 강력 자석 첨가제로 사용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첨단 반도체 콘덴서에 초고순도 디스프로슘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정제소는 전 세계 디스프로슘 99.9%를 생산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상하이 근교 우시시에 있는 단일 정제소에서 생산된다. 이 정제소는 캐나다 네오퍼포먼스머터리얼스(Neo Performance Materials)가 오랫동안 소유해 왔지만 2024년 말까지 정제소 주식 86%를 중국 기업(Shenghe Resources)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국 기업 최대 주주는 중국 자연자원부이므로 사실상 중국 정부에 의한 국유화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네오퍼포먼스머터리얼스는 향후 5년간 해외 고객에게 희토류를 판매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에스토니아에도 별도 정제소를 소유하고 있지만 에스토니아 정제소에서는 디스프로슘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벨기에와 호주, 미국 등 기업들도 디스프로슘 정제에 착수했지만 상업적으로 채산이 맞는 순도인 디스프로슘 광산은 중국과 미얀마 이외에는 거의 없다고 한다.
더구나 희토류 정제소는 가동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며 인공지능을 실행하는 컴퓨터 칩에 필요한 초고순도 디스프로슘을 제조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중국이 희토류 생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배경에는 생산 비용이 낮고 적자를 감수하는 중국 기업과 경쟁하기 어려워 기업이 중국 이외 기업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있다. 또 중국에서는 희토류 산업 엔지니어와 연구자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보유한 대학이 39개나 있으며 정제업자는 더 낮은 비용으로 많은 희토류를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A에 본사를 둔 화학품 제조・판매 회사인 아메리칸엘리먼츠(American Elements) CEO 마이클 실버는 중국 정제소는 문자 그대로 외국 기업보다 한 세대 앞선 용매 추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