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히스 데나드(Robert Heath Dennard)가 휘발성 메모리인 DRAM을 발명한 지 2024년 6월로 56주년을 맞이했다. DRAM이 IT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반도체 대기업인 마이크론(Micron)이 설명하고 있다.
비틀즈 앨범 리볼버(Revolver)가 발매되고 영화 석양의 무법자가 개봉된 1966년은 컴퓨터가 종이테이프와 펀치 카드 리더기를 필요로 하는 아날로그 장치였던 시기다. 같은 해 데나드는 DRAM을 발명했다. DRAM은 1967년 특허가 출원됐고 이듬해인 1968년 6월 4일 승인됐다. DRAM 개발 당시 데나드는 IBM 연구팀을 이끌며 콘덴서에 저장된 이진 데이터를 양(正) 또는 음(負) 전하로 처리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는 콘덴서에서 전하가 누설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랜지스터 하나로 모든 걸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발명했다. 이로 인해 메모리 크기가 크게 줄어들었다.
당시 휘발성 메모리를 채택한 RAM이 널리 사용되고 있었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부피가 크며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문제가 있었다. 대규모 자기 저장 시스템도 존재했지만 1MB 정보를 저장하려면 방 한 칸 크기 장비가 필요했다.
이에 데나드는 차세대 자기 메모리를 한 변이 25cm인 정사각형 내에 담을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은 RAM을 트랜지스터 하나로 축소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컴퓨터는 단일 칩에 10억 개 RAM 셀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탄생한 세계 첫 DRAM이 1103이다. 1970년 출시된 1103은 불과 2년 만에 자기 코어 메모리를 능가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반도체 메모리 칩이 됐다. 1970년대 중반까지 1103은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IBM은 DRAM 등장에 대해 55년 동안 DRAM은 세대마다 진화해 왔다며 DRAM은 이전 자기 기술을 대체했을 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 여가, 심지어 전쟁 방식까지 변화시켜 인류 사회에 큰 영향을 준 산업 기반 기술이 됐다고 설명한다.
현재 DRAM은 DDR, LPDDR, GDDR, HBM 등 다양한 모듈과 UDIMM, SO-DIMM, RDIMM 등 여러 폼 팩터에 채택되어 스마트폰부터 클라우드 서버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세계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도체 집적 회로 집적도는 18개월 또는 24개월마다 2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데나드는 기술 세대마다 트랜지스터 면적을 50% 줄이면서 동작 주파수를 40% 증가시킬 수 있다는 데나드 스케일링을 제안했다. 데나드 스케일링은 무어의 법칙을 기술적 의미로 구체화한 것이다.
IBM에서 데나드와 함께 일했던 동료 러스 랑게(Russ Lange)는 데나드가 무어의 법칙과 데나드 스케일링 한계를 예견했다고 전한다. 그는 그 당시를 회상하며 스케일링의 끝이 올지에 대해 항상 활발한 토론을 했다면서 데나드는 물론 스케일링에는 한계가 있지만 창의성에는 끝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마이크론 DRAM이 처음 출시된 건 1981년으로 64K DRAM이라는 제품이었다. 64K DRAM은 DRAM 및 NAND 분야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마이크론이 반도체 업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계기가 된 제품이다.
그 후 마이크론은 1984년 세계에서 가장 작은 256K DRAM, 1987년에 1Mbit DRAM을 발표했다.
마이크론에서 테크놀로지 패스파인딩을 담당하는 시니어 펠로우 가르테즈 산두(Gurtej Sandhu)는 DRAM 개발 초기 혁신적인 시절을 회상하며 15년 전 IBM 토마스 J. 왓슨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호스트가 자신을 데나드 사무실로 안내해 줬다면서 사무실은 방문자를 위해 개방되어 있었고 여전히 완전한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몇 년 전 은퇴한 데나드 는 당시에도 주당 몇 시간씩 연구소에 방문한다고 들었다면서 그가 DRAM을 발명했을 때 저비용 SRAM 대체품을 찾던 인텔이 DRAM에 주목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며 비트당 비용을 줄이는 건 컴퓨터 시스템 기능 확장을 위해 필수적이었으며 인텔은 DRAM 리프레시 관리 및 시스템 수준 아키텍처를 맞춤화하기 위해 프로세서 칩 설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DRAM은 현대 컴퓨팅 혁명 필수 요소로 자리 잡게 됐다. 미래 메모리 기술 솔루션을 모색할 때 이 역사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메모리 기술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아키텍처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시스템 수준 접근 방식이 항상 필요하다고 말했다.
데나드 스케일링에 따라 DRAM은 소형화와 고속화를 지속해왔다. 2002년까지 마이크론은 세계 첫 1Gbit DDR DRAM 제품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오랜 기간 동안 PC, 자동차, IoT, AI 기기에 특화된 메모리 혁신을 선도해 왔다. 2021년에는 밀도, 전력 소비, 성능에서 대폭 향상된 세계 최첨단 DRAM 프로세스 기술을 갖춘 1 알파 노드 기반 DRAM 제품을 출시했다.
이로 인해 초저전력 및 신뢰성 높은 메모리가 필요한 플랫폼에 최적화된 저전력 DDR5(LPDDR5) 동작이 가능해졌다. 1 알파 노드 기반 마이크론 LPDDR5는 15% 전력 절감을 이뤄 5G 모바일 사용자가 배터리 수명을 희생하지 않고 스마트폰에서 더 많은 작업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 또 가장 엄격한 자동차 안전 기준인 ASIL D에 부합하는 첫 차량용 LPDDR5 DRAM 등을 출시했다.
마이크론은 2022년 1 베타 양산 노드를 발표하며 DRAM 진화 최전선에 서 있다. 이 노드는 칩당 16Gbit 용량과 8.5Gbps 데이터 전송 속도를 자랑하며 이전 세대와 비교해 전력 효율은 15%, 비트 밀도는 35% 향상됐다. 1 베타 노드 기반 마이크론 LPDDR5X는 스마트폰에서 8K 동영상 촬영 및 편집을 가능하게 했다.
마이크론은 또한 1 감마 노드 DRAM 공정 기술에서 혁신적인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제조를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