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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과학자, 자국 논문 과도한 인용으로 국제 랭킹 왜곡 지적

학술 논문 영향력을 정량화하는 데에는 논문이 다른 논문에 인용된 횟수인 피인용 수가 사용된다. 과학 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중국이 피인용 수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적 리더가 됐다. 하지만 이는 중국 과학계가 안고 있는 어두운 관행 영향 때문일 수 있다고 네이처와 함께 3대 과학 저널 중 하나로 꼽히는 사이언스가 논했다.

한 국가에서 연구하는 과학자가 자국 논문을 인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 이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2024년 잇달아 발표된 개별 보고서로 인해 자국 편향과 관련해서는 중국이 두드러진다는 점이 부각됐다.

과학기술지표 2024에서 연구자는 세계적인 인용 데이터베이스인 웹오브사이언스(Web of Science)에 기록된 10억 건 이상 피인용 수를 조사한 결과 중국에서 발표된 상위 10% 논문 인용 수 중 62%가 국내에서 이뤄졌다고 보고했다.

중국 인용이 자국에 편중되어 있는 데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모두 있다. 중국 연구자가 자국 논문을 자주 인용하는 건 질 높은 연구를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많은 중국 연구 기관이 영향력 있는 학술지 게재를 전략적으로 중시하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또 중국 푸단 대학 과학 정책 전문가인 리 탄은 국내에서 이뤄지는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중국 연구자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과 인맥을 의미하는 관시(guanxi)라는 문화 존재를 지적하면서 이런 요인이 상호 작용해 중국 국내 인용 빈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사이언스가 어두운 관행이라고 표현한 실태도 시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용 스태킹이라는 전략에서는 과학자가 동료에게 은혜를 베풀거나 연구 기관 명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논문과는 관련성이 낮은 연구가 자주 인용되고 있다고 한다.

NISTEP 분석에서는 정당한 인용과 불필요한 인용을 구별하지 않았다. 또 서구 연구자가 중국 논문을 인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밝혀졌다. 이는 중국이 영향력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하면서 중국 국내 인용 비율이 높다는 점은 국제 비교나 랭킹을 고려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라는 설명이다.

독일 분석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뮌헨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 연구자는 중국 국내 인용 편향이 세계 랭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량화하기 위해 20여개 광범위한 과학 분야에서 상위 10%를 차지하는 과학 저널 461종을 특정하고 2000~2021년에 발행된 호에서 2억 건을 넘는 인용 논문 쌍을 추출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중국에서 발표된 논문 인용 수 중 57.2%가 국내에서 이뤄졌으며 이는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고 보고했다. 비교해 보면 다음으로 미국이 37.1%, 인도가 26.8%, 이란이 24.8%가 뒤를 이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국에는 인용될 가능성이 있는 연구자가 많기 때문에 대국일수록 국내 인용 비율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국일수록 인용 수가 증가하는 규모의 편향을 고려한 분석을 수행한 결과 중국 내 인용 비율은 규모로 예상되는 것보다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편향을 보정해 피인용 수 랭킹을 만들면 중국 순위는 미국, 영국, 독일에 이어 4위로 떨어진다는 결과도 얻었다.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2024년 5월 발표한 보고서 종이 호랑이인가? 중국 과학과 인용의 국내 편향(Paper Tiger? Chinese Science and Home Bias in Citations)에서 중국 인용 랭킹 상승은 과장되어 있다고 결론지었다.

한 전문가는 부정행위나 표절, 저품질 오픈 액세스 저널로 인해 연구 성과와 영향력을 평가하기 위해 오랫동안 사용해 온 피인용 수라는 지표가 완전히 왜곡되고 있다며 이런 데이터는 자화자찬을 위해서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며 과학자 경력이나 연구 프로젝트가 공동 연구자와 학생을 유치하는 힘, 국가 자금 배분 우선순위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피인용 수를 정확히 평가하는 건 이 분야에서 과제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논평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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