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도박 합법화, 저소득층에 악영향‧가정폭력 증가 초래”

미국에서는 2018년 스포츠 도박 전반을 규제하는 법률이 위헌으로 판결된 이후 많은 주에서 스포츠 도박이 합법화됐다. 스포츠 도박 합법화에는 불법 도박과 사기 억제, 관광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업계 진흥, 세수 증가 같은 이점이 예상됐지만 공공정책 싱크탱크 맨해튼인스티튜트(Manhattan Institute) 연구원인 찰스 리먼은 스포츠 도박 합법화는 큰 실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92년 이후 PASPA(Professional and Amateur Sports Protection Act. 프로 및 아마추어 스포츠 보호법)에 따라 스포츠 도박이 거의 전면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개인 간에 스포츠 승패에 돈을 걸 수는 있었지만 정부나 기업이 그로부터 이익을 얻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2012년 미국 동해안 최대 규모 카지노가 있는 애틀랜틱시티를 보유한 뉴저지 주가 스포츠 도박 합법화를 추진했다. 이에 대해 전미대학체육협회가 PASPA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뉴저지 주는 PASPA 자체가 주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반박했다. 소송은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2018년에 PASPA는 미국 헌법 수정 제10조에 위반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PASPA가 폐지됨에 따라 각 주는 잇따라 스포츠 도박 합법화를 결정했다. 골드만삭스 추정에 따르면 PASPA 폐지 후 1년 이내에 미국인이 1개월에 거는 금액은 5,000만 달러에 달했고 2023년 후반에는 월 10억 달러를 초과했다고 한다.

현재 스포츠 도박이 계속 불법인 미국 내 주는 10개 이상이지만 38개 주에서 합법화됐다. 합법화 시기는 주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사회학자는 스포츠 도박 영향에 대해 합법화한 주와 비합법 상태인 주를 비교하거나 합법화 전후로 일어난 변화를 조사할 수 있다. 리먼은 최근 발표된 여러 논문에서 우려할 만한 패턴이 확인됐다고 말한다.

2024년 7월 발표된 첫 번째 보고서는 각 가구가 스포츠 도박에 1달러를 쓸 때마다 투자 계좌에 넣는 자금이 2달러 감소한다고 보고했다. 또 신용카드 지불이 지연되거나 한도를 초과할 위험도 높아지며 그 영향이 이미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가구에서 강하다는 것도 확인됐다.

2024년 8월 발표된 2번째 보고서에서는 온라인 스포츠 도박이 합법화된 주에서 가계 파산 위험이 25~30% 증가하고 부채 상환 지연도 늘어난다고 보고됐다. 이 영향은 평균 소득이 낮은 카운티에 사는 남성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역시 스포츠 도박이 빈곤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시사됐다.

더구나 오리건 대학 경제학자가 2024년 9월 발표한 논문에서는 스포츠 도박 합법화로 가정 폭력이 증가한다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밝혀졌다. 과거 연구에서는 NFL 홈팀이 역전패할 경우 남성이 파트너에게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10% 증가한다는 게 밝혀졌지만 이 영향은 스포츠 도박이 합법인 주에서 더 커진다고 한다.

리먼은 연구 설계를 통해 이런 결과는 스포츠 도박이 무엇과 상관관계가 있는지 뿐 아니라 뭘 야기하는지도 명확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은 오락으로 아주 작은 금액을 걸고 만족할 수 있지만 일부는 강박적으로 빠져들어 빚이나 파산에 이르고 가정 폭력이나 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저소득 가구가 본래라면 집을 사거나 학위를 취득하거나 빚을 갚는 데 사용할 수 있었을 자금을 스포츠 도박에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또 스포츠 도박 합법화는 주에 큰 세수를 가져다주지 않으며 합법화한 38개 주를 모두 합쳐도 분기별 세수는 5억 달러 정도다. 이는 알코올이나 담배, 마리화나와 같은 기호품보다 적은 금액이다. 더욱이 적어도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스포츠 도박 합법화 후에도 불법 도박 사이트가 약화되지 않아 불법 시장을 약화시킨다는 목적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이처럼 스포츠 도박 합법화로 인한 이익은 거의 없는 데다 악영향만 크기 때문에 텍사스 주나 캘리포니아 주 등 여전히 스포츠 도박이 불법인 주에서는 이대로 합법화해서는 안 된다고 리먼은 생각하고 있다. 이미 합법화한 주에서도 불법으로 되돌릴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만일 각 주가 민주주의의 실험실이라면 스포츠 도박 합법화에 관한 실험 결과는 일률적으로 부정적이라며 고통을 장기화시키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연구를 끝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