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반도체 제조업체 프라그매틱세미콘덕터(Pragmatic Semiconductor)가 하버드 대학 등과 공동으로 구부러지는 CPU 플렉스-RV(Flex-RV)를 개발했다. 이 칩은 일반적인 실리콘 칩과 달리 유연한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프라그매틱세미콘덕터는 실제로 플렉스-RV를 펜에 감아 작동시키는 영상을 공개했다.
플렉스-RV는 오픈소스 명령어 세트 아키텍처인 RISC-V를 기반으로 하는 Serv CPU 코어를 토대로 한다. 이 Serv CPU는 RV32E 명령어 세트 아키텍처를 채택하고 있으며 32비트 연산을 1비트씩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비트 시리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플렉스-RV 칩 크기는 9×6mm로 칩 1개에 코어 2개가 탑재되어 있다. 작동 주파수는 평균 52kHz, 최대 60kHz로 비교적 저속이지만 임베디드 용도로 응용하기에는 충분하다고 프라그매틱세미콘덕터 측은 밝히고 있다. 소비 전력은 3V, 5.8mW로 낮으며 그 중 99%가 정적 소비 전력이라고 한다.
플렉스-RV는 인듐-갈륨-아연 산화물(IGZO) 박막 트랜지스터 기술을 사용해 유연한 폴리이미드 기판 위에 제조됐다. 이 기술로 인해 칩은 80μm 미만 두께를 실현하고, 5mm 미만 굽힘 반경에서 기능할 수 있다.
프라그매틱세미콘덕터는 영상에서 가는 펜에 빙빙 감은 Flex-RV로 “Hello World!”를 표시하는 간단한 명령을 실행하고 있다. 또 플렉스-RV에는 기계 학습용 하드웨어 가속기가 내장되어 있다. 이 가속기는 8×4와 4×4 승산기를 조합한 SIMD(Single Instruction Multiple Data) 엔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행렬 연산과 활성화 함수 후처리를 가속화한다. 더불어 메모리 접근에는 맞춤형 시리얼 주변기기 인터페이스(C-SPI)가 사용되어 RAM 포트 79개를 SPI 포트 4개로 변환해 칩 외부 연결을 간소화했다고 한다.
플렉스-RV는 제조 비용이 매우 낮고 유연하고 얇은 소재로 만들어져 있어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일회용 의료기기, 상품 포장 내장 등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플렉스-RV가 기존 전자 부품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컴퓨팅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오픈 스탠더드 32비트 비실리콘 마이크로프로세서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