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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갑자기 발화하면…

많은 전기자동차(EV)에는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배터리와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어 발화 위험이 있다. 8월에는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메르세데스 벤츠 전기차가 국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소되어 1,580세대에 피해를 입힌 화재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일반 차량 화재와는 다른 대응이 필요한 전기차 배터리 발화에 대해 전문가가 설명해 눈길을 끈다.

먼저 전기차의 안전성. 전기차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안전하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 2010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4건에 불과하다. 2023년부터 2050년까지 900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호주를 주행하는 차량 총 수에 비하면 큰 수치는 아니다.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 선진 배터리 센터 공동 디렉터인 매튜 맥도웰은 배터리를 제조할 때 결함으로 인한 발화는 드물며 그 중에서도 전기차에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도 탑재되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막대한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어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맹렬한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소방관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특별 훈련을 받기도 한다.

전기차 차량 화재는 어떻게 발생할까. 어떤 이유로 전기차 배터리가 손상되면 열폭주라 불리는 현상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한 거대한 전지가 아니라 셀이라 불리는 작은 배터리 집합체로 되어 있어 열폭주가 발생하면 한 셀이 화학 반응으로 발화한 뒤 인접한 셀로 연소가 확산되어 전기차 전체 화재로 발전한다.

전기차 배터리는 다양한 이유로 손상될 수 있지만 미시간 대학 배터리 연구소 그레그 레스 소장은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사고와 제조 시 결함이라는 카테고리로 크게 구분하며 배터리에 구멍이 나는 충돌 사고나 충전 실수 등은 모두 사고로 분류된다.

그는 일단 사고로 인한 배터리 화재는 제쳐두겠다며 왜냐하면 사고로 화재가 발생하는 건 어떤 종류 차량이든 마찬가지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인이 무엇이든 배터리 화재는 모두 소화가 어렵지만 제조 시 결함으로 인한 화재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두려운 것이. 예를 들어 2016년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 7에서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결국 대규모 리콜 문제로 발전한 적이 있다.

레스에 따르면 결함으로 인한 배터리 발화 원인은 설계에 있다고 한다. 설계 어딘가에 문제가 있으면 셀이 단락되어 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액체 전해질이 증발해 셀 내에 가스가 발생한다. 그리고 열로 인해 그게 폭발해 다른 셀로 파급된다는 설명이다. 앞서 언급한 국내 전기차 화재도 이런 메커니즘으로 대규모 화재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면 만일 사고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대응 방법은 어떨까. 미국 소방협회는 운전 중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즉시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간선도로에서 벗어나도록 지시하고 있다. 차를 세운 뒤에는 엔진을 끄고 승객 전원이 짐을 찾는 등의 행동 없이 신속히 하차해야 한다. 또 소방서에 신고할 때는 불타는 차량으로부터 30미터 이상 떨어져야 한다고 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물을 뿌려 초기 진화를 하는 것이지만 전기차 화재의 경우 스스로 물을 뿌려 불을 끄려고 해서는 안 된다. 배터리 발화는 화학 화재이며 전기차 화재 진화에는 가솔린 차량 10배에서 40배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 물을 뿌리는 정도로는 진화할 수 없다. 또 차량에 접근했을 때 화염이 분출하거나 폭발로 파편이 비산해 큰 부상을 입을 위험도 있다.

만일 발화한 전기차 배터리에 물을 뿌리면 진화는커녕 오히려 화세를 강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는 물이 리튬과 반응해 가연성 수소 가스를 발생시켜 폭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는 소방관은 지금까지 배터리를 냉각시키기 위해 물을 뿌려왔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물을 뿌리지 않고 배터리가 다 탈 때까지 감시하는 판단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모델 3 긴급 가이드에 배터리 화재는 완전히 진화될 때까지 최대 24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주변 가연물을 보호한 뒤 자연 소화를 기다리는 것도 고려해달라고 기재하고 있다.

불이 잦아들면 차 안에 두고 온 귀중품을 가지러 가고 싶어질 수 있지만 이 또한 절대 금지다. 불이 꺼져도 배터리에는 에너지가 남아있어 진화 후 수 시간, 경우에 따라서는 수일이 지난 뒤에도 다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또 배터리 화재에서는 유해한 연기를 흡입할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접근할 경우 지역 소방 당국이 전반적인 상황을 평가하고 안전하다고 선언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안전하게 전기차를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결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배터리는 신속히 리콜을 통해 교체 받아야 한다. 또 배터리를 과충전하면 발화 위험이 높아지므로 과충전도 피해야 한다. 아직거의 보급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는 고체 전지를 탑재한 전기차 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전문가는 고체 전지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우수한 열 안정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액체 전해질도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배터리 중 가장 타기 쉬운 요소는 제외된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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