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행동장애(conduct disorder)가 있는 청소년 뇌를 스캔한 연구를 통해 이 장애와 관련된 새로운 뇌 영역이 확인됐다.
행동장애는 사회적 규범에 대한 반복적이고 다양한 분야에 걸친 문제 행동으로 규정되는 질병 개념으로 정의되는 정신 질환으로 일반 아이의 장난이나 청소년 반항보다 더 심각한 반사회적 행동이 반복되는 게 특징이다.
미국 국립 정신건강 연구소(NIMH) 전문가는 행동장애는 청소년 정신 장애 중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지만 연구는 진전되지 않았고 치료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행동장애와 관련된 뇌 차이를 이해해 진단과 치료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접근법 개발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궁극적으로는 아이와 가족의 장기적인 결과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학적 관점에서 행동장애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 버밍엄 대학과 바스 대학 그리고 NIMH를 포함한 다수 의료기관과 학술기관으로 구성된 ENIGMA 반사회적 행위 워킹그룹으로 이뤄진 연구팀은 전 세계 15개 연구에 참여한 7~21세 청소년에 대한 MRI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분석에서는 행동장애로 진단된 청소년 1,185명과 그렇지 않은 청소년 1,253명 대뇌 피질 표면적과 두께, 피질하 깊은 뇌 영역의 부피가 비교됐다. 또 피질과 피질하 뇌 영역 데이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증상이 발현된 연령이 소년기인지 청년기인지, 공감성 등 친사회적 특성 수준이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 비교됐다.
그 결과 행동장애가 있는 청소년은 피질 전체 및 피질 34개 영역 중 26개 영역에서 표면적이 작았고 그 중 2개 영역에서는 피질 두께에도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이 밝혀졌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대뇌 피질이라 불리는 뇌 바깥쪽 층에서 행동, 인지, 감정 등 제어에 중요한 영역이 작아져 있다는 것이었다.
또 행동장애가 있는 청소년은 편도체, 해마, 시상 등 피질하 영역도 부피가 작았다고 한다. 이들 영역은 행동장애에서 볼 수 있는 문제 행동 제어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영역. 이전에도 몇몇 연구에서 행동장애와 관련 있는 뇌 영역이 발견됐지만 이번 연구에서 처음으로 관련성이 밝혀진 영역도 있었다.
그 밖에도 행동장애와 뇌 구조의 관련성은 남녀간 차이가 없었던 반면 발병 연령과 친사회적 특성 수준에 기반한 행동장애 하위그룹 전체에서 관련성이 나타났음도 밝혀졌다. 뇌 차이는 그 중에서도 공감성, 죄책감, 자책 감정이 낮은 걸 특징으로 하는 더 심각한 행동장애 징후를 보이는 청소년에게서 두드러졌다고 한다.
행동장애에 관한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이자 가장 광범위한 이번 연구를 통해 이 장애가 뇌 구조에 근거하고 있다는 게 뒷받침되었을 뿐 아니라 뇌 차이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광범위하다는 새로운 지견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발견은 뇌 구조 차이와 행동장애 증상간 인과관계를 밝히거나 뇌 특정 영역에 주목해 진단 방법이나 치료법을 개선하는 노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다음으로 중요한 단계는 이 연구에서 관찰된 뇌 구조의 차이가 행동장애 원인인지, 아니면 행동장애와 함께 살아온 결과인지를 밝히기 위해 장기적인 추적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