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사물을 이해하는 지능이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본능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많지만 말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자기 인식 능력이 있는 등 상상 이상으로 똑똑하다는 게 밝혀졌다. 영국 노팅엄 트렌트 대학과 센트럴 랭커셔 대학 전문가는 말에게 카드를 사용한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실험을 통해 말이 지금까지 생각되어온 것보다 더 똑똑하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말은 승마나 마차로 이동 수단으로 사용된 예나 경주마로서의 활약 등 인간 생활과 밀접한 동물 중 하나다. 하지만 경주마는 경주에 참가하고 있다는 자각이 없을 뿐 아니라 동시에 달리는 말보다 빨리 달리려는 욕구도 없다고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듯 말은 그다지 지능이 높지 않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있다.
한편 2021년 피사 대학 연구팀이 동물의 거울에 비친 모습을 자신으로 인식하는 능력 유무를 조사하는 거울 테스트를 말에게 실험한 결과 말에게는 어느 정도 자기 인식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거울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인한 자기 인식 능력이 지능이나 인지 능력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는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지만 거울 테스트 연구 결과에 대해 전문가는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똑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4년 7월 노팅엄 트렌트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말이 어떻게 학습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빛과 카드를 사용한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을 위해 같은 대학에서 사육 관리되고 있는 11세~22세 말 20마리가 무작위로 선택됐으며 그 중 7마리가 암말, 13마리는 거세된 수말이 선택됐다. 참가하는 말은 일과나 운동 시간, 수면 시간 등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배려됐다.
실험에서는 먼저 말이 보상을 받기 위해 코로 카드를 터치하는 과제를 익히게 했다. 다음으로 빛이 켜져 있을 때 카드를 터치해도 보상을 받을 수 없고 빛이 꺼져 있을 때 카드를 터치한 경우에만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규칙을 추가했다. 마지막으로 빛이 켜져 있을 때 카드를 터치한 경우 페널티로 보상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10초 동안 과제를 수행할 수 없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빛을 도입한 2단계까지는 빛 유무나 점등·소등에 관계없이 말은 무차별적으로 카드를 터치하고 조건에 따라 보상을 받았다. 빛이 꺼져 있을 때 카드를 터치해 보상을 받은 말도 우연히 그 타이밍에 움직인 것일 뿐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연구자는 지적하고 있다.
반면 최종 단계로 과제 실패에 따른 페널티를 추가한 뒤에는 참가한 모든 말의 실수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연구자들은 보고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말은 보상을 받기 위해 빛의 점등·소등을 신경 쓰며 소등 시 카드를 터치한다는 게임을 올바르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처음에 말들은 카드를 계속해서 여러 번 터치하기만 했다며 아마도 이 단계에서는 과제에 대해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최소한의 정신적 노력으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말이 깨달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수에 대한 페널티를 도입하자 말은 즉시 게임을 이해하고 적절히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 말은 그다지 똑똑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연구는 실제로는 생각하는 것보다 말이 인지적으로 진보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타이밍을 가늠해 카드를 터치하는 것 같은 게임을 할 경우 인간은 전전두엽을 사용해 사고한다고 여겨지지만 말의 전전두엽은 미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말이 과제를 잘 해냈다고 해도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플레이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며 동물 지성이나 지각력에 대해 인간과 같은 형태로 추측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이번 연구 결과가 알려주고 있다고 연구 의의에 대해 언급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페널티 추가로 말 성능이 향상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현저했다며 동물은 보통 같은 작업을 반복해서 점차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 나가지만 이번 실험에 참가한 말은 페널티가 도입되자마자 개선됐다며 이는 말이 상상 이상으로 똑똑하고 처음부터 규칙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걸 시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