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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만들어진 세계 첫 컴퓨터 생성 텍스트

지난 2022년 발표된 챗GPT는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고 대학생 수준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등 AI에 의한 고품질 문장 생성으로 화제가 됐다. 현재는 다양한 종류 생성 AI가 등장하고 있지만 그 기원은 유명한 두 수학자가 만든 러브레터 제너레이터(The Love Letter Generator)라는 50년 이상 전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 눈길을 끈다.

세계 첫 컴퓨터 생성 문서로 언급한 건 수학자, 암호 연구자, 계산기 과학자인 앨런 튜링과 마찬가지로 계산기 수학자인 크리스토퍼 스트래치(Christopher Strachey)가 1952년 인공지능 실험 일환으로 만든 것이다. 튜링은 계산기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천재 수학자로 영국 50파운드 지폐에도 그려져 있다. AI에 대한 공헌으로는 기계가 인간적인지 테스트하는 튜링 테스트를 제안한 것으로 유명하며 그런 의미에서 AI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스트래치도 컴퓨터와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저명한 수학자로 케임브리지 대학 재학 중 튜링과 친했으며 1950년경에는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1951년 5월 15일 튜링은 BBC 라디오에서 컴퓨터는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짧은 방송을 했다. 방송에서 튜링은 컴퓨터는 인간 뇌와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며 컴퓨터는 인간 프로그래머가 지정한 것만 실행할 수 있다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컴퓨터는 학습할 수 있고 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독자적인 지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튜링은 컴퓨터에 자유 의지가 없어 획일적인 답변밖에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룰렛 휠 기능이라는 트릭을 제안했다. 이는 몇 가지 변수를 무작위로 선택해 컴퓨터가 독창적이고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아이디어다.

스트래치는 이 방송을 듣고 튜링에게 라디오 강의는 매우 자극적이었고 많은 이들에게 도발적이었을 것이지만 이 주제에 대해 자신 생각하고 있던 것과 잘 일치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이후 1951년 튜링과 스트래치는 협력해 영국 국가인 갓 세이브 더 퀸 등을 연주하는 세계 최초 컴퓨터 생성 음악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튜링이 프로그래밍한 기계의 자유 의지와 독창성을 더 주입한 난수 생성기를 사용해 스트래치가 만든 게 러브레터 제너레이터다.

러브레터 제너레이터는 템플릿을 무작위로 선택하고 ‘You are my’에 이어지는 형용사나 ‘Your’에 이어지는 명사 등, 단어를 무작위로 선택한다. 제한 안에서 한정된 단어를 선택하기 때문에 완전한 자유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얻어지는 문장은 독창적이었다. ‘Love Letters’라는 사이트는 브라우저에서 스트래치의 러브레터 제너레이터를 재현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러브레터 여러 개가 생성된다.

컴퓨터로 러브레터를 생성하는 건 스트래치가 이 프로그램의 단순한 트릭이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 것처럼 컴퓨터는 인간이 만들 수 없는 것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지성의 탐구로 튜링과 스트래치가 의욕적이었다고 생각된다. 한편 러브레터 생성은 단순한 이론상 실험 이상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튜링과 스트래치는 모두 저명한 계산기 수학자지만 둘 다 동성애자였다는 것도 알려져 있다. 튜링은 1952년 당시 불법이었던 동성애 죄로 경찰에 체포되어 2년 뒤 사망할 때까지 보호관찰 상태에 있었다. 스트래치도 여동생 증언에 의하면 동성애 성향으로 인해 고뇌했다는 게 시사되고 있다.

퀴어 테크네: 컴퓨터 역사에서의 신체, 수사학, 욕망이라는 책에선 튜링의 연구에는 성적 욕망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1950년 당시 영국에서는 동성애가 범죄였기 때문에 컴퓨터로 생성한 러브레터에 자신의 욕망을 승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튜링과 스트래치는 모두 동성애자였고 튜링은 동성애자 커뮤니티와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유사한 지적이 자주 나온다. 한편 러브레터 제너레이터는 첫 알고리즘에 의한 문장이라는 흥미로움은 있지만 생성된 문장은 제대로 성립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어서 자신의 욕망이나 애정을 생성된 러브레터에 담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튜링은 젊은 남성과의 관계가 밝혀져 기소됐고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석방 조건으로 약물을 계속 투여받는 과학적 거세 수술을 받았다. 튜링에게 일어난 일은 영국 동성애 커뮤니티에 공포와 불신을 퍼뜨렸으며 동성애자에게는 욕망을 공개적으로 표현할 자유가 없었고 대신 그들은 컴퓨터에 의지해 욕망을 표현했던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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