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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이 모두 비슷해 보이는 현상은…

유튜브 메인 페이지를 보면 다양한 이들이 올린 전혀 다른 콘셉트 동영상인데도 제목이나 썸네일이 모두 비슷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유튜브 채널 미닛어스(MinuteEarth)는 이 현상을 생물 수렴진화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수렴진화 예로 십각목 갑각류를 들고 있습니다. 대부분 갑각류를 포함하는 십각목은 새우, 게, 집게벌레 등 정면 공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데 뛰어나다. 하지만 앞쪽에 집게를 가진 경우가 많은 십각목은 뒤에서 접근하는 포식자에 약하기 때문에 꼬리를 작게 해 몸 아래에 숨겨 잡히기 어렵게 하거나 다리가 좌우로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진화를 겪어왔다. 2억 년에 걸쳐 십각목 50%가 게처럼 좌우로 움직이는 형태로 진화에 적응해 갔다고 한다.

유튜브 제목이나 썸네일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십각목은 뒤에서의 공격에 약하다고 해도 꼬리에 독침을 달거나 하는 극적인 진화는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제한되어 있고 동영상 내용도 갑자기 할리우드급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2021년 디지털 마케팅 연구자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유튜브 등 플랫폼에서 썸네일을 클릭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밝혀졌다. 뛰어난 썸네일은 클릭되기 쉽고 자주 재생되는 동영상은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많은 이들에게 추천된다. 또 유튜브의 경우 동영상 시간이 20분 전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또한 유튜브 알고리즘을 조사한 논문에서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길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생물 수렴진화와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동영상이 비슷해지는 현상에는 공통점도 있지만 명확히 다른 점도 있다. 생물의 경우 각 종이 독립적으로 무작위로 변화한 결과 같은 형태로 수렴해간다. 반면 유튜브 업로더는 이상적인 스타일로 향하는 과정을 다른 인기 동영상에서 전략으로 배우고 의식적으로 채택한다.

유튜브 동영상을 생물 진화와 연관시켜 보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으로 유튜브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한 힌트는 바늘꽃방석게(Ranina ranina)에 있다고 말한다. 바늘꽃방석게는 한때 다른 게와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다른 십각목이 섬세한 다리로 세밀하게 이동하는 형태로 진화한 반면 바늘꽃방석게는 모래 속에 재빨리 숨어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기도록 진화했다. 모래에 숨기 위해 게 같은 모습에서 변화했지만 이런 독특한 진화로 인해 수렴진화한 종과 다름없이 충분히 생존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유튜브에서도 반드시 알고리즘을 의식해 같은 형태로 뭉치는 게 아니라 1시간이 넘는 긴 동영상을 올리거나 간단한 제목을 사용하는 등 독자적인 전략으로 성공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자연환경도 유튜브 상황도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종류로 새로운 적응이 생긴다. 다른 종과 같은 형태로 진화해가는 것만으로는 특징이 눈에 띄지 않게 될 수도 있으므로 모두가 상위 랭커를 모방하는 게 아니라 철저히 전략을 세우면서도 독자적으로 적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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