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탭만 해도 암호화폐를? 2억 사용자 확보한 햄스터 컴뱃

암호화폐 거래소 CEO가 된 햄스터로 암호화폐를 벌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게임 앱 햄스터 컴뱃(Hamster Kombat)이 플레이어 수 2억 명을 돌파하는 인기를 얻고 있다.

6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빨간 신호등을 기다리는 택시 운전사나 오토바이 운전자, 보행자가 필사적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탭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들이 열중해서 플레이하고 있는 것은 햄스터 컴뱃이라는 앱 게임.

햄스터 컴뱃은 텔레그램 내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는 자바스크립트 기반 앱인 텔레그램 미니 앱(Telegram Mini Apps)으로 구축됐으며 게이머는 게임 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며 실제 암호화폐를 획득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는 암호화폐가 배포되고 있지 않으며 향후 게임 내 통화를 독자 암호화폐로 교환할 수 있게 되어 사용자가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될 계획이라고 한다.

햄스터 컴뱃은 지난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신생 게임이지만 6월 24일 기준으로 이미 2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6월 5일 전체 사용자 수 1억 명에 도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1억 명을 추가로 확보한 셈이다.

햄스터 컴뱃 플레이어 수가 많은 국가 중 하나가 이란이다. 보도에선 이란 햄스터 컴뱃 사용자는 자신들이 큰 부자가 될 것을 꿈꾸며 이 앱을 플레이하고 있다며 미국 제재로 인해 불황에 직면해 온 이란에서는 오랫동안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왔다는 배경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국민이 이런 앱에 열중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이란이 직면하고 있는 서방 국가 제재로 인해 제약받는 경제, 뿌리 깊은 높은 인플레이션, 고용 부족이라는 어려운 현실을 부각시키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기술 분야에서 인권 옹호 활동 등을 하는 미아안그룹(Miaan Group)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이는 이란 국민 절박함의 표현이라며 언젠가 가치 있는 게 될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품고 이란 국민은 뭐든 붙잡으려고 한다며 이란에서 햄스터 컴뱃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불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 관계자 사이에서는 의견이 미묘하게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란군 부사령관인 하비볼라 사야리 소장은 적국에 의한 소프트 전쟁 특징 중 하나가 햄스터 컴뱃이라며 이는 대통령 후보 계획에 국민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서방 국가의 시도라며 햄스터 컴뱃이 서방 국가의 선거 방해 공작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란 일간지 저메잠(JameJam)은 이란 내에서 햄스터 컴뱃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건 하룻밤 사이 부자가 되고 노력 없이 부를 얻을 수 있다는 꿈의 표현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일하고 성공해 돈을 벌려고 하지 않고 이런 게임에 의존해 지름길이나 뜻밖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는 점차 노력과 기업가 정신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햄스터 컴뱃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게 이란 뿐만은 아니다. 텔레그램 인기가 높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등의 국가에서도 햄스터 컴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들 국가 정부 관계자는 사용자에게 해당 앱을 사용하지 말 것을 호소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 당국은 햄스터 컴뱃에 대해 금전적인 면에서 잠재적인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아이에게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전문가 중에는 햄스터 컴뱃을 다단계 사기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으며 그렇게 단순한 방법으로 큰돈을 벌 수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며 일반 게임처럼 다루고 이런 종류 게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건 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타타르스탄 공화국 아동권리위원도 이 게임 제작자는 오락을 목표로 하지 않고 광고를 포함한 수익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 미디어는 14세 소년이 햄스터 컴뱃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3시간마다 알람을 설정했기 때문에 부모가 정신과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 당국은 햄스터 컴뱃 플레이어가 게임 내 통화를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금전으로 교환하려고 할 경우 15일간 구금 또는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사용자에게 경고했다. 참고로 우즈베키스탄에는 암호화폐 취득과 판매, 교환에 관한 엄격한 규제가 존재한다.

더불어 우크라이나 국립 전략 커뮤니케이션 센터는 사용자 데이터가 러시아 서버에 저장된 채여서 사용자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햄스터 컴뱃 개발자는 게임 내에서 암호화폐는 제공하고 있지 않다며 게임 구조를 통해 사용자에게 암호화폐에 대해 공부하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한다. 햄스터 컴뱃 개발자에 대해선 우크라이나 미디어가 러시아 최대 도메인 등록 업체이자 호스팅 제공업체인 미디어 그룹 RBK 일부인 RU-CENTER에 의해 등록된 앱이라고 보고했다. 한 러시아 독립 미디어는 햄스터 컴뱃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은 자동차 판매 플랫폼 카프라이스(CarPrice) 창립자이자 러시아 IT 기업가인 에두아르드 그리노비치라고 보도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