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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 인기 끄는 출산장려주의

선진국에선 출산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으며 이런 원인으로는 불황이나 주택 가격 상승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선진국에서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제시되는 게 더 많은 자녀를 낳는 것.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자녀 11명을 둔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 지지자로 출산 장려주의인 프로나탈리즘(Pronatalism)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나탈리즘에 대한 일반적 정의는 출산을 권장하고 생식을 장려하며 부모 역할을 찬양하는 모든 태도나 정책이다. 프로나탈리즘 주의자에게 많은 자녀를 갖는 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의무다. 인구 수준을 유지하고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며 문화적, 국가적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해선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게 프로나탈리즘의 생각인 것.

프로나탈리즘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예를 들어 제1차세계대전 후 프랑스 여성 평균 출산 수는 3명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적국이었던 독일 평균 출산율은 5명이었기 때문에 당시 프랑스에선 출산을 장려하는 단체가 차례로 설립되어 로비 활동 등을 벌였다. 그 결과 프랑스에서는 피임이나 낙태를 금지하는 법률이 제정됐다.

많은 선진국에서 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을 밑돌고 있다. 이는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어 노동 인구가 줄고 고령자를 부양할 경제적 부담을 지는 인구가 줄어들며 국가 자원과 사회 복지 제도에 큰 부담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 이를 막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많은 자녀를 낳는 것이다.

프로나탈리즘을 권장하는 사람 중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가 자녀 11명을 둔 아버지인 머스크다. 그는 과거 엑스에서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붕괴는 지구 온난화보다 문명에 더 큰 위험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프로나탈리즘은 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인구 통계학자는 실제로는 인구 붕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지도, 예측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하며 통계 데이터도 이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퀸즐랜드대학 디지털문화-사회연구원은 머스크가 주도하는 프로나탈리즘 대두는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르면 프로나탈리즘은 실리콘밸리와 엘리트 학교와 연결된 효과적 이타주의 운동과 장기적 미래를 중요한 도덕적 우선순위로 여기는 장기주의와 깊은 관련이 있다.

프로나탈리즘의 매력으로 여겨지는 건 다자녀 가정에 적용되는 감세 제도, 육아휴가제도, 저렴한 보육 서비스, 주거비나 교육비 보조, 양육비 부담 경감 등 금전적 부담을 줄여주는 합리적인 제도 등이다. 이런 정책은 이미 헝가리, 스웨덴, 싱가포르 등 출산율 개선에 힘쓰는 국가에서 채택되고 있다.

프로나탈리즘의 문제점은 인종, 계급, 민족, 민족주의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매체가 여성들에게 국가를 위해 더 많은 아이를 낳으라고 집요하게 권유하거나 위협해온 역사가 있는데 이런 노력은 외국인 혐오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민족주의가 인종 민족주의로 기울고 생식을 둘러싼 논의가 폭력적인 인종차별로 흐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총기 난사 사건에서 출산율이야, 출산율이야, 출산율이야라는 범행 성명서에서 이를 되풀이한 뒤 모스크를 습격해 다수 이슬람교도를 살해했는데 전문가는 이 사건이 프로나탈리즘 주의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또 프로나탈리즘 주의자 다수가 백인 우월주의자라는 데 놀랄 것 없다며 백인 우월주의에서 잘 알려진 우리 민족 존재와 백인 아이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는 구호와 프로나탈리즘이 공명한다고 지적한다.

그 밖에도 프로나탈리즘 주의자 사이에서 장애를 스크리닝하고 지능을 최적화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된다. 예를 들어 프로나탈리즘 중심 인물로 알려진 콜린스 부부는 자녀 방에 난방을 하지 않고 2살 아이가 행동이 잘못되면 머리를 치며 훈육한다고 한다. 전문가는 프로나탈리즘 주의자는 타고난 소질이 양육보다 중요하다고 여겨 이런 식 자녀 양육을 문제 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또 프로나탈리즘에는 자녀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면이 있다며 프로나탈리즘 주의자에게 자녀는 희망과 존엄을 지닌 개인이 아니라 정치적 프로젝트의 매개체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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